S&P가 지난 19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A+)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조정했다고 한다. 향후 6~24개월 내 등급을 A+에서 AA-로 한 계단 올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무기력한 국내 정치·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작년 말 무디스(Aa3)와 피치(AA-)에 이어 S&P까지 올릴 경우 한국의 신용등급은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모두에 의해 외환위기 이전(AA-) 수준으로 회복된다. 신흥국 위기 속에서도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에 대한 의구심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마냥 반길 일만도 아니다. 빚 상환 능력에선 좋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총체적인 국가경쟁력은 해마다 뒷걸음질이기 때문이다. 이달 초 세계경제포럼(WEF) 평가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한 계단 떨어진 26위에 그쳤다. 10년래 최저였다. 싱가포르(2위) 일본(6위) 홍콩(7위) 대만(14위)은 물론 말레이시아(20위)에도 밀렸다. 지난 5월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에서도 한국은 작년 22위에서 역시 26위로 4계단이나 추락했다. 신용도와 국가경쟁력의 미스매치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셈이다.

평가내역을 보면 뭐가 문제인지 뚜렷하다. WEF의 12개 항목 중에서 금융시장 미성숙(80위), 낮은 수준의 제도(82위), 노동시장 경직성과 비효율성(86위)이 순위를 끌어내린 주요인이다. 세부 항목에서 정치인 신뢰 추락(97위→112위)은 참담하다. IMD에서도 경제성과(20위), 인프라(19위)는 변동이 없었지만 정부 효율성(20위→26위)과 기업 효율성(34→39위)은 뚝 떨어졌다. 결국 규제와 생산성 문제다.

물론 국가경쟁력 평가가 기업인 설문조사에 의존해 한계가 있다는 정부 해명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물망 규제, 낙후된 금융, 전투적 노조, 정치 불신 등에 발목이 잡혀 있음은 정부도 부인하지 못한다. 정부 신뢰나 사회자본(신뢰, 참여, 배려 등)에서 한국이 OECD 최저수준이란 현대경제연구원 조사도 있다. 이런 상태론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다. 신용등급에 안주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