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치 담그는 중국 대학생들 > 중국 쓰촨성 청두의 대학생 100여명이 만달광장에서 열린 ‘K-Food 페어’의 개막식 행사 중 하나인 김치 담그기에 참가해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고 있다. 연합뉴스
< 김치 담그는 중국 대학생들 > 중국 쓰촨성 청두의 대학생 100여명이 만달광장에서 열린 ‘K-Food 페어’의 개막식 행사 중 하나인 김치 담그기에 참가해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고 있다. 연합뉴스
“화끈한 맛의 떡볶이를 가장 좋아합니다. 중국 쓰촨(四川)성 사람들은 한국의 매운맛에도 전혀 거부감이 없습니다.”(료이 쓰촨대생)

“한국 제품에 대한 중국인들의 호감도가 워낙 높아 제품 포장지에 일부러 한글을 넣을 정도입니다.”(리포우 섬서오환유한책임공사 부장)

19~21일 쓰촨성의 성도 청두에서 열린 ‘K-Food 페어’를 찾은 중국인들은 한국 업체들이 선보인 다양한 식품에 부지런히 지갑을 열었다.

◆하루에 수출 상담 1500만달러

"떡볶이 화끈"…쓰촨 입맛 잡은 '식품韓流'
K-Food 페어는 외국인들에게 다양한 한국 식문화를 체험할 기회 및 현지 바이어들에게 국내 식품업체와 상담할 공간을 제공하는 종합 식품박람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주최로 세계 각국에서 열리고 있는 K-Food 페어가 중국 서북부 내륙지방에서 개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두시 도심에서 열린 이번 페어의 김치전과 현미음료, 쌀과자 카나페 시식코너 앞에는 하루 종일 한국 음식을 먹어보려는 현지인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김치전을 시식한 주부 류펑요우(43)는 “한국 음식을 한 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앞으론 계속 찾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바이어 60여명도 21일 페어를 찾아 한국버섯수출사업단과 빙그레, 담터, 늘그린 등 국내 식품기업과 쉼없이 수출 상담을 벌였다. 수출 상담실적만 하루 평균 1500만달러. 한샤오엔 카르마무역유한공사 팀장은 “중국에선 접대를 위해 과음하는 경우가 많아 헛개수 같은 한국의 숙취해소음료에 관심이 있다”며 “냉동만두 제품도 중국 제품에 비해 위생적으로 뛰어나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중국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2009년 5억6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3억2000만달러로 2배 넘게 늘었다. 바나나맛 우유 등 한국산 우유는 올 들어 8월까지 1000만달러 어치가 중국에 수출됐고 같은 기간 맥주와 막걸리도 각각 1000만달러와 200만달러어치 팔렸다.

이날 수출상담회에 참석한 소스류·장류 제조업체 움트리의 안광수 해외영업부장은 “상담한 바이어 중 절반 이상이 긍정적인 의사를 보여왔다”며 “청두를 거점으로 중국 내륙지방에도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식 회오리감자 인기

청두는 중국 내에서 소비성향이 가장 높은 도시다. 2010년 유네스코로부터 ‘음식 창의 도시’로 선정될 만큼 음식 문화가 발달했다. 최근엔 한류 스타와 한국 드라마가 이 지역에서 특히 인기를 끌면서 한국 음식은 물론 한국 문화 전체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했다. 식품무역회사인 구일진출유한공사의 장샹지 대표는 “한국 식품이 이곳에선 고급 제품으로 인정받는다”며 “한국 드라마를 통해 소개된 떡볶이 같은 음식들은 아직 중국에선 흔한 음식이 아닌 만큼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청두 시내엔 한국 김밥과 떡볶이, 양념치킨 등 한글 간판을 내건 식당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울 명동에서 파는 길거리 음식인 회오리감자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이다. 식품 대기업들도 청두를 새로운 판매 거점으로 삼고 속속 진출하고 있다. 카페베네와 할리스커피, 뚜레쥬르 등이 고급 쇼핑몰 안에 입점했다. 식품기업 대상은 지난달 청두시 최대 유통업체로 편의점 1500여개를 운영하는 훙치연쇄와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

김재수 aT 사장 "韓食 세계화 2기…요리 넘어 식기·인테리어도 상품화"

"떡볶이 화끈"…쓰촨 입맛 잡은 '식품韓流'
“음식이 아니라 문화를 수출한다는 전략 아래 한국의 식문화 전체를 중국과 아세안 국가에 수출하기 위한 한식 세계화 2기 대책을 세울 겁니다.”

이 번 페어를 둘러본 김재수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사진)은 지난 19일 기자와 만나 “이전에 요리학원 원장이 해외에 나가 요리 시연을 보여주며 한국 음식을 알리던 시기는 지났다”며 이 같은 청사진을 밝혔다. 그는 “앞으론 디자이너와 인테리어 전문가, 식기 전문가, 음악가, 식품영양학자와 마케터가 모두 달라붙어 한국의 맛과 멋을 담은 식문화 전체를 퍼뜨려야 한다”며 “한국 식기와 인테리어, 전통음악 등을 고급 음식문화로 끌어올려 세계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한식 세계화 사업의 성과가 미진하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미국 워싱턴의 경우 한식 인지도가 5년 만에 9%에서 55%까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이 같은 인지도 제고를 바탕으로 어떻게 한국의 식문화를 세계에 전파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까다로운 검역으로 한국 식품업체들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정부 차원의 노력과 별개로 한국 식품을 수입하는 중국 기업들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 식품을 취급하는 중국 수입업자들에게 적정 이윤을 보장해 조직화시키면 이들이 중국 정부 측에 검역 완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두=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