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를 만나 자리를 권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를 만나 자리를 권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9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올해 하반기 중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 자격으로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차 방한한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는 이날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만나 이 같은 내용의 아베 총리 명의 친서를 전달했다.

아베 총리는 ‘대한민국 박근혜 대통령 귀하, 내각 총리 대신 관저’라고 적힌 친서를 통해 “과제가 있기에 대화를 거듭해 내년이 한·일 양국에 있어 좋은 해가 되도록 상호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 갔으면 한다”며 “가을에 개최될 국제회의를 계기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친서를 받은 뒤 모리 전 총리에게 “내년에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하는데,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면서도 “이를 위해 과거사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55명밖에 남지 않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생존해 계신 동안 명예를 회복시켜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과거 한·일 간 정상회담을 개최한 뒤 양국관계가 잘 풀리기보다 오히려 후퇴되는 상황도 있었음을 교훈으로 삼아 사전에 잘 준비를 해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아베 총리가 모리 전 총리를 통해 친서를 전한 것은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성사시키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한국 정부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박 대통령이 일본의 과거사 관련 입장 변화 없이는 정상회담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지만, 모리 전 총리의 방한 자체가 경색된 한·일 관계를 다소 완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달 하순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한·일 외무장관 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일본과 만나지 않을 이유는 없으며 여러 가지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도병욱/전예진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