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인물]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를 대표하는 철학자다. 1788년 2월 단치히(현 폴란드 그단스크)의 부유한 상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부친의 권유로 각국을 다니며 언어를 익히고 상업 활동을 했다. 17세 때 부친이 사망한 뒤에는 괴팅겐대, 베를린대 등에서 여러 학문을 익혔다. 바이마르에서는 인도 우파니샤드철학을 연구하며 허무주의에 눈을 떴다.

1818년 대표작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1권을 냈다. ‘인간은 항상 만족 못 하고 맹목적 의지에 얽매여 살기 때문에 삶은 지독한 고통’이라는 게 요지다. 맹목적 의지 중 하나는 생리학적 충동이다. 이런 점에서 그는 ‘사랑은 없다’고 결론냈다. 여성을 멸시했던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1820년 베를린대 강사 자격을 얻었으나 당대 주류 철학자이던 헤겔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다. 결국 반 년 만에 사직하고 1831년 프랑크푸르트로 옮겨 은거하며 학문 연구에 몰입했다.

그의 사상은 자살 옹호로까지 이어졌다. 자살자는 삶의 의지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삶의 표상을 파괴하는 것이기에 존중돼야 한다는 것. 꾸준한 저술활동으로 학계의 관심이 커졌고 1855년부터 각 대학에서 그의 철학 관련 강의가 속속 개설됐다. 고뇌로 가득 찬 세상을 초월하려는 자기극복 의지는 니체의 사상으로 연결됐다. 1860년 9월21일 72세의 나이로 프랑크푸르트에서 눈을 감았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