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전교조 합법노조 지위' 항소심까지 일단 인정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민중기)는 1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는 효력이 정지되고, 전교조는 합법적 노조 지위를 유지한 상태에서 항소심 판단을 받게 됐다.

고용부는 즉각 반발했다. 고용부 측은 “법 제정 당시 노·사·정 합의를 거친 데다 그동안의 대법원 등 판례에 비춰 봤을 때 현직 교원만이 노조 가입 대상이라는 것이 명확히 정리된 상황에서 서울고등법원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한 것은 법적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아쉽다”며 “즉시 항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재판부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의 전제가 되는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2조에 대해 “과잉금지 원칙과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이날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데 따른 것이다.

교원노조법 2조는 원칙적으로 단결권 등의 주체인 교원은 초·중·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교사에 한정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조합원의 자격과 범위를 재직 중인 교원으로 제한한 해당 조항은 단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해 과잉금지 원칙에 저촉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현직 교원이 아닌 자의 노조 가입을 원천적으로 금지한 조항은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조항이라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1심 재판부는 교원노조를 기업별 노조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해고자를 교원으로 볼 수 없다는 교원노조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같은 직종에 있는 사람들이 지역별로 조직한 교원노조는 초기업적인 산별노조로 볼 근거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교원노조를 기업별 노조라는 전제에서 규정한 교원노조법 2조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지난해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규약을 시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교조에 ‘교원노조법상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통보의 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이 통보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1심에서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됐지만 1심 재판부는 지난 6월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합법노조 지위를 상실하게 된 전교조는 즉각 항소하면서 항소심 재판부에 다시 집행정지 신청을 내고 위헌법률심판도 신청했다. 2심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함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날 때까지 1년여 동안 2심 판단 자체가 중단될 전망이다.

미복직 전교조 전임자에 대해 시·도교육청이 직권면직을 하지 않자 행정대집행까지 강행한 교육부는 이번 법원 결정으로 차질을 빚게 됐다.

교육부는 1심 판결에 따라 △전교조 전임자 78명의 교단 복귀 △월급에서 조합비 원천징수 중단 △지부-시·도교육감 간 단체교섭 중단 및 효력 무효화 △지부 사무실 임대 지원 중단 △전교조의 각종 위원회 참여자격 박탈 등의 조치를 취했다.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의 효력이 정지됨에 따라 이 같은 조치는 일단 무효가 돼버렸다.

전교조는 현업으로 복귀한 39명의 교사들이 다시 각 시·도 집행부로 돌아와 전임자로 활동하도록 할 방침이어서 학교현장의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배석준/정태웅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