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상장사' 동서, 40% 급등 이유 알고보니…
동서 주가가 하반기 들어 고공행진하고 있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순위도 다음과 CJ오쇼핑 등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투자자들은 올 상반기 제자리걸음하던 주가가 하반기 강세 행진을 이어가는 배경에 관심을 쏟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동서는 지난 7월1일부터 이달 18일까지 40.5% 급등했다. 올 상반기 1만6000원대에서 맴돌던 주가는 지난 8월 2만 원대로 뛰어올랐다. 이후 이달 18일에는 장중 2만4200원까지 상승하는 등 강세 흐름을 지속했다.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순위에도 변화가 생겼다. 올 초 시가총액 순위 6위였던 동서는 9월 다음, CJ오쇼핑, CJ E&M, GS홈쇼핑을 앞지르고 3위 자리를 꿰찼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1조6600억 원에서 2조3529억 원으로 6900억 원 이상 늘었다.

동서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동서는 동서식품을 비롯해 동서유지, 동서물산 등 8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동서의 최대주주는 김상헌 동서그룹 회장으로 22.97%의 지분을 갖고 있다.

동서는 '은둔의 상장사'로 불렸다. 기업설명회(IR), 탐방 등 대외 활동이 없어 증권사 리포트도 찾아보기 힘든 곳이었다. 그러나 최근 증권사들이 추천주 목록에 '동서'를 올리기 시작했다. SK증권과 삼성증권은 이번 주 추천주로 동서를 꼽았다.

동서의 강세는 알짜 자회사 동서식품 덕분이다. 동서식품의 안정적인 사업구조와 고배당 정책이 주목을 받으며 배당주펀드 등을 통해 매수세가 나타나고 있다.

동서식품은 국내 커피믹스 시장에서 약 82%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독보적인 1위 업체다. 동서와 미국 크래프트사가 50%씩 지분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매년 동서식품이 벌어들이는 2000억 원 규모의 이익 절반이 동서로 유입된다. 또 고배당 정책으로 해마다 500억 원대의 배당금을 챙기고 있다.

홍승표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동서식품은 커피믹스 시장 내 독보적인 위치에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고, 배당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며 "최경환 경제팀의 배당 확대 정책이 대두되며 동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SK증권도 동서를 추전주로 제시하며 "동서식품은 지난 달 단행한 커피 제품 가격 인상으로 실적 개선이 나타날 것"이라며 "높은 배당 매력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동서식품의 해외 진출 기대감도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 회사는 크래프트사와 맥심 브랜드를 국내에서만 사용키로 계약하면서 커피믹스 제품의 해외 수출을 진행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연구원은 "크래프트사는 중국 커피믹스 시장에서 네슬레와 경쟁을 벌였지만 네슬레가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등 격차가 커졌다"며 "크래프트사가 동서를 통해서 중국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