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기술 본사 부지 모습/한전 제공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기술 본사 부지 모습/한전 제공
[ 김민성 기자 ] 삼성전자가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기술(한전) 본사 부지 낙찰자로 현대차그룹 컨소시엄이 선정된데 대해 "아쉽다"는 반응을 밝혔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18일 "합리적인 경영 판단으로 입찰가액을 산정했고, 참여했다"며 이 같이 설명했다.

이날 오전 10시 매각 주체인 한전은 개찰을 통해 입찰가 10조5500억 원을 써낸 현대차그룹이 부지 낙찰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당초 감정가는 3조3400억 원으로 현대차그룹 입찰 금액은 그 3배가 넘는 파격적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컨소시엄을 구성한 현대차와 달리 삼성그룹 계열사 중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 계열사가 각각 3조 원에 달하는 거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 및 삼성그룹은 현재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10조 원이 넘는 입찰가를 제시한 현대차의 행보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매각공고 당시 "검토 뒤 결정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이후 전날 "입찰에 참여했다"는 내용만 알렸다. 입찰 참여 금액도 4조~5조 원 대로 알려졌을 뿐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7~8조원 대를 썼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삼성그룹 내부적으로는 낙찰을 받기 위해 비공개 입찰 전담조직을 꾸려 적극적인 검토 작업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이 이처럼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이유는 최고가 낙찰 인수전의 최대 함정으로 불리는 '승자의 저주'를 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자칫 경쟁 상대를 낙찰가 및 기싸움 측면에서 자극하다가 낙찰가만 오히려 부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낙찰가 4조 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상은 지배적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현대차는 10조 원이 넘는 가격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삼성그룹 여타 계열사와 컨소시엄 형태의 공동 입찰을 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단독 입찰을 선택했다. 사실상 삼성그룹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계열사 단독 입찰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대규모 투자 사안인만큼 후속 대응에도 더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한전 부지 매입을 통해 강남역과 테헤란로, 삼성동을 한국 정보기술(IT) 허브 벨트로 재탄생시킨다는 구상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본사가 입주해있는 서초동 본관과 한국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인근 테헤란로, 삼성동에 신축할 IT 연구개발(R&D) 센터를 아우르는 구상이었다.

삼성동 한전 부지(서울특별시 강남구 영동대로 512)는 토지 면적 7만9341.80㎡, 건물 9만7260.78㎡ 규모다. 지상 22층·지하 3층 규모인 본관동과 별관동, 후생동, 경비실, 온실 및 휴게시설, 전기자동차 충전소 등 건물은 8개. 테니스장 및 산책로, 분수대 등 구축물을 포함해 부지 내에 심어놓은 수목 및 지피류도 60종, 개체수만 11만5238 개에 달한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