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고 있는 유병언의 장녀 섬나씨가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법원에 또 한 번 요청했으나 기각 됐다.

프랑스 파리 항소법원은 17일(현지시간) 유씨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범죄인 인도 첫 공판에서 유씨의 불구속 재판 신청을 기각했다.

유씨는 "16살 된 아들이 혼자 파리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서 "아들을 돌보도록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해당 검사는 "경찰이 유씨의 집을 찾았을 때 유씨가 이사 준비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 경찰 보고서에 나온다"면서 도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판사는 "도주 위험이 있다"면서 "한국과 프랑스 정부가 관련된 사건이라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고 유씨의 신청을 거부했다.

법원은 이번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유씨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씨의 범죄인 인도 여부를 다투는 첫 공판에서 검사와 변호인 측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사는 "유씨가 횡령한 공금은 세월호 유지 보수비로 사용돼야 하는 것이었다"면서 유씨가 한국에서 재판을 받도록 한국과 프랑스 양국 간 조약에 따라 유씨를 한국 정부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의 인권 상황을 거론하는 변호인을 겨냥해 "한국은 북한이 아니다"라면서 "유씨를 인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유씨는 디자인업체 모래알디자인을 운영하면서 계열사 다판다로부터 컨설팅비 명목으로 48억원을 지급받는 등 총 492억원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한국, 프랑스 양국 간 조약에 따라 범죄인 인도 대상이다.

유씨 변호사인 에르베 테민은 "유씨 아버지인 유병언이 숨지면서 한국 정부가 유씨 가족을 희생양으로 만들고자 한다"면서 "정당한 재판을 받기 어려우니 인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테민 변호사는 "한국 대통령과 장관들이 유씨 일가의 재산을 몰수해 세월호 사고 피해자 보상금으로 사용하고 가족에게 중형을 내려야 한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유씨가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정당한 재판을 받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테민 변호사는 한국에 아직 고문이 사라지지 않았고 한국 사법부 수준이 국제적으로 높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당 판사는 오는 11월 5일 선고 공판에서 유씨를 한국으로 인도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항소법원이 인도 결정을 내리더라도 유씨가 불복해 상소하면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아야 한다.

유씨 변호인 측은 프랑스 법원에서 안 되면 유럽사법재판소까지 가겠다고 공언해 유씨 송환까지는 앞으로 수 개월에서 수 년까지 더 걸릴 전망이다.

유씨는 이날 판사가 재판 도중 유병언의 사망 소식을 전하자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유씨는 지난 5월 27일 파리 도심 거리 인근의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다 프랑스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