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훈 기자♣♣ ♣♣ nicer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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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수산시장이 건물 변신만으로는 제2의 부흥기를 일굴 수 없다. 정상원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 사장(58·사진)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수협은행에서 가락, 서초, 여의도 지점장을 거친 금융맨 출신이면서도 “시장이 오히려 체질에 맞다. 뒤늦게 깨달았다”는 그는 “노량진수산시장은 앞으로 해양 먹거리와 경매, 쇼핑 등을 모두 담은 관광명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생선 비린내가 덜 난다.

“현대화사업이 진행 중이어서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매일 물청소를 하고 있다. 하루 300t의 생선이 여기에 들어와 나가는 장소다. 냄새가 안 날 수는 없지만 최대한 줄이려고 하고 있다. 시장은 냄새가 나지 않아야 한다. 관광명소가 돼야 하지, 혐오시설로 분류되면 안 된다.”

▷외국 방송사들이 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많이 봤다.

“이제 신경도 못 쓸 정도다. 일본 방송사들과 중국 방송사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도 온다.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노량진수산시장이 방영된 뒤부터 더 그렇다. 외국의 시장 관련 기관이나 외국 대학 관계자들도 많이 온다.”

▷외국 대학이 왜 관심을 갖나.

“경매 시스템 때문이다. 경매율이 90%를 넘는다. 이 시스템을 배우러 오는 것이다.”

▷경매가 잘 되는 게 무슨 의미인지.

“경매가 잘 돼야 시장은 커지고 가격은 투명해진다. 우리는 산지(産地)에서 수산물이 넘어오면 곧바로 경매로 처리한다.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고 그게 홈페이지 등을 통해 바로 공개된다. 중도매인이 장난칠 공간이 없다. 중국 상인들도 이 가격을 실시간으로 참고할 정도다.”

▷다른 곳은 경매가 잘 안 되나.

“노량진수산시장의 장점은 물량을 전부 소화한다는 것이다. 단 10원을 받더라도 그날 다 소화한다. 물량이 소화된다는 의미는 그만큼 시장 참가자들이 많다는 의미다.”

▷관광객들도 경매를 보러 오나.

“보고 먹으러 온다. 경매도 봐야 한다. 경매는 문화다. 지금은 전자경매가 자리잡았지만 개인적으로 손으로 하는 경매 방식도 보존해야 한다고 본다. 어떨 땐 손으로 하는 경매가 기계보다 빠르기도 하나 그것보다 문화를 팔아야 한다. 관광서비스산업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산시장을 현대화하면 40여년간 이어온 그런 문화가 사라질 수 있다.

“그건 다른 문제다. 건물 현대화는 필수다. 문화는 이어가면 된다.”

▷왜 그런지.

“수산물을 다루는 데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가 있다고 본다. 수산물을 어디에 두고 파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도 후진국처럼 땅바닥에 놓고 생선을 판다. 오래된 콘크리트 바닥에서 생선을 칼로 찍고 피를 흥건히 적시고 물로 뿌린다. 지저분하고 위생상 문제도 있을 수 있지만, 수산물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맛이 없어지는 거다. 여기서 한단계 더 올라야 하는데 그러려면 건물의 현대화가 필수다. 43년된 건물이다.”

▷건물 현대화만으로는 안 되는 문제도 있을 것 같다.

“당연하다. 시장 상인까지 포함해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사장이 되고 나서 이 문제를 계속 강조하고 있다. 상인들에게 교육도 시키고 있다. 쉬운 문제는 아니다.”

▷무엇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보나.

“새 건물에선 ‘모범식당’ 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나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추진할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바가지를 씌우거나 물건을 속이는 일이 없고, 깨끗하게 믿고 식사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교육을 받은 종업원이 모범식당에서 모실 것이다. 한강을 바라볼 수 있도록 5층에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식당을 만드는 것도 그중 하나다. 정가표를 붙여놓고 양념을 만들고, 회를 뜨는 모습도 유리 너머로 보이게 할 것이다.”

▷지금은 안 되고 있는 이유는.

“역량 부족도 있고 예산도 적다. 경매 수수료가 4.3% 정도다. 일본은 5.8%에 이른다.”

▷관광객들이 시장을 찾기 힘든 점도 있다.

“젊은 관광객들은 복잡한 전철 노선도를 공부해 오고 있다. 단체 관광객은 관광버스를 타고 온다. 노량진수산시장이 서울 중심부에 있는데도 그렇다.”

▷대안은 없나.

“여의도 63빌딩에서 노량진수산시장을 걸어서 넘어올 수 있는 다리를 놔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200m밖에 안 된다. 여의도와의 소통이 노들길과 올림픽대로로 단절돼 있다. 샛강 하나만 넘으면 되는 데 말이다. 이 다리를 호주의 하버브리지처럼 관광명소로 만들어야 한다. 여의도와 시너지효과도 날 것이다. 여의도에 들렀다가 노량진수산시장으로 넘어가 한국의 수산물을 먹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이게 한강 개발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들었다.”

▷노량진에서 식사만 하고 가나.

“관광객들이 빈손으로 가게 하면 안 된다. 외국 관광객에게 상하기 쉬운 수산물을 들려 보내기는 쉽지 않다. 해답은 있다. 건어물이다. 상하지 않는다. 오징어나 김 등을 최고급화해서 적은 부피로도 비싼 제품을 팔아야 한다. 들고 가기 힘들면 택배로 계약해서 보내주는 서비스도 도입할 계획이다.”

▷눈에 보이는 개선도 필요할 것 같다.

“43년 된 건물에서 벽돌이 떨어지고 있다. 건물은 갈라지고 냄새도 심하다. 현대화시설로 입주하면 바닥에 물기가 없고, 수산물을 바닥에 내려놓지 않게 하고, 간판도 깨끗하게 할 거다. 통일된 앞치마를 입고, 검은 비닐봉지 대신 ‘노량진수산시장’의 로고가 박힌 쇼핑백에 물건을 담아 팔게 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호객행위도 삼진 아웃제를 도입해 없앨 것이다. ”

▷대형마트와 경쟁해야 하지 않나.

“대형마트도 산지에서 물건을 가져가고 있다. 우리는 정직하고 먹을 수 있는 수산물을 저렴하게 내놓는 철학으로 밀고 나갈 것이다. 새 건물에 들어가면 백화점 문화센터처럼 일반인 대상으로 수산물 요리와 제대로 된 수산물 고르는 법 등을 가르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다른 어려움도 있겠다.

“노량진수산시장이 민간법인이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을 못 받고 있다. 돈벌이를 하려 해도 규제로 다 막혀 있다. 세종시에 노량진수산시장 같은 곳을 만들려고 알아보니 우리가 세종시에 땅을 사면 법을 어기게 돼 있더라. 새 건물에 중국 관광객을 겨냥해 화장품 가게를 내고 싶은데 이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포기했다. 이렇다 보니 모인 돈도 없다. 현대화사업 예산 2227억원 중 30%는 자기 부담인데 돈이 없어서 수협중앙회가 댔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