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부지 품은 현대車] MK 뚝심의 승부수…"돈 더 썼다면 국가에 도움 되는 것"
‘삼성과 현대자동차의 자존심을 건 승부’ ‘10조5500억원의 천문학적 낙찰가’ 등 숱한 얘깃거리를 남기고 한전 부지 인수전이 막을 내렸다.

현대차그룹의 한전 부지 인수전은 정몽구 회장(사진)이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했다. 정 회장은 올해 1월 그룹 최고경영진 회의에서 “한전 부지를 반드시 인수해야 한다. 기왕 할거면 정정당당하게 우리 계획을 밝히고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2006년부터 7년 넘게 추진했던 서울 성수동 뚝섬에 110층짜리 사옥을 짓는다는 계획이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한전 부지를 놓치면 그룹 신사옥 건립이 물 건너갈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현대차그룹은 즉각 한전 부지 인수 채비에 나섰다. 태스크포스(TF)는 올 상반기 비밀리에 한전 부지 감정가를 조사하는 한편 잠재적 경쟁상대 파악 작업에 착수했다. 최대 라이벌은 역시 삼성. 삼성은 2009년 포스코와 함께 한전 부지 개발 계획을 추진한 데다 2011년 한전 부지 인근 한국감정원 땅도 매입해 놓았다. 8월29일, 한전 부지 매각 공고가 나왔다. 최종 감정가는 3조3346억원. 매각 공고 직후 ‘삼성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현대차는 바짝 긴장했다. 삼성은 지난 13일 입찰 참여 방침을 확정했다. 삼성은 김종중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사장) 주도 아래 입찰가 검토에 착수했다.

이런 동향은 정 회장에게 직보됐다. 정 회장은 “상대를 생각하지 말고 사업 미래가치만 보고 결정하라”고 지시했다. 입찰 마지막 날인 9월17일.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이사회를 열어 입찰가와 계열사 자금 분담계획을 결정했다. 비슷한 시간 삼성도 경영위원회를 열고 입찰가를 최종 결정했다. 막판 숨가쁜 정보전이 전개되는 가운데 한때 삼성이 8조~9조원을 쓸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현대차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낙찰 결과를 보고받은 정 회장은 “한전 부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돈을 더 썼다면 국가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현대차 관계자는 전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