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내부감사 전문성이 투명사회 이끈다
온 나라가 시끄럽다. 세월호 참사의 슬픔과 분노가 채 가시기도 전에 병영 폭력 문제가 터지면서 자식을 둔 부모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부품 납품 비리는 어느새 철도 뇌물수수 비리로 옮아갔고, 정부 산하 연구기관 사람들은 정부 출연금을 빼돌리다 적발됐다.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법인카드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받고 있다.

이런 후진적인 사건들의 이면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역량 있는 감사가 임직원들이 규정을 잘 지키고 있는지, 잘못된 관행은 없는지를 평소에 잘 점검했다면 세월호 참사도, 철도 비리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감사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는 사람이 감사 자리에 앉아 있다 보니 내부통제가 잘 될 리 없었던 것이다. 아직도 수많은 정부 고위관료 출신들은 산하기관 감사로, 퇴직한 대기업 임원들은 협력업체 감사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다. ‘내부감사는 퇴직자들이 잠시 쉬었다 가는 자리’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감사가 제 역할을 못 하는 조직에선 각종 비리와 눈속임이 전염병처럼 창궐할 수밖에 없다.

국제내부감사인협회(IIA)는 내부감사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한 조직의 업무수행 가치를 증대시키고 개선시키기 위해 설계된 곳으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검증과 컨설팅 활동을 한다. 체계적이고 훈련된 접근방법을 이용해 리스크관리 및 지배구조의 효율성을 평가하고 개선시켜 조직이 목표를 완수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렇게 복잡하고 중요한 감사업무를 문외한에게 맡기는 건 말이 안 된다. 해법은 간단하다. 조직마다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내부감사로 선임하는 것이다. CEO를 감시하고, 조직 내에 병든 부문을 찾아내 수술대에 올릴 수 있는 역량과 의지를 가진 사람을 내부감사로 뽑으면 우리 사회 곳곳의 병폐도 상당부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공인내부감사사(CIA)’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CPA가 공인된 외부감사 자격증이라면, CIA는 국제내부감사인협회가 인정하는, 세계 유일한 내부감사 전문자격증이다. CIA 자격증을 갖고 있다는 건 감사로서의 기본적인 역량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등 선진국 기업들이 내부감사를 선임할 때 CIA 자격증 소지 여부를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는 이유다. 국내에서도 한국어로 된 CIA 시험을 치를 수 있지만, CIA 자격증 소지자는 800여명에 불과하다. 730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일본은 물론 말레이시아(3000여명)와 대만(2500여명)에도 크게 못 미친다.

CIA를 내부감사의 자격요건으로 삼는 문화가 정착되면 낙하산의 폐해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낙하산이든 아니든 CIA 자격증이 없으면 감사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간주해 선임을 거부하면 되기 때문이다. 낙하산이더라도 CIA 자격증을 땄다면 감사로 임명하면 된다. 감사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로 공인받았기 때문이다. 최소한 지금처럼 감사가 어떤 일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감사직을 꿰차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투명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선 내부감사를 바로 세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바른 말을 하라(Say it right)’는 내부감사의 실천강령이 사회 곳곳에서 발휘될 때 우리 사회의 투명성은 한 단계 높아질 것이다. 내부감사가 CEO에게 휘둘리지 않고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내부감사의 임기를 CEO와 같거나 더 길게 늘리는 방안도 생각해 볼 때가 됐다.

< 변중석 한국감사협회 회장 mikepyu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