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30개 제조회사 가운데 63%가 올 들어 현금성 자산을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 확대 가능성에도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 올 하반기 기업 이익이 크게 개선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배당을 염두에 두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종목에 관심을 두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짠물배당 구두쇠株, 곳간 자물쇠 푸나
○현금부자 어디어디?

18일 한국경제신문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올 반기 기준으로 상장사들의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 규모를 분석한 결과 상위 30개사 중 19곳이 지난해 말 대비 현금성 자산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큰 증가폭을 보인 종목은 LG생활건강이었다. 이 회사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1555억원에서 올 2분기 3476억원으로 123.5% 늘었다. SK C&C가 48%, 강원랜드가 30% 증가로 뒤를 이었다. 아모레퍼시픽(27%), 아모레G(22%), 삼성물산(22%), 네이버(21%) 등도 20%가 넘는 현금성 자산 규모 증가율을 보였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14% 줄어든 삼성전자도 현금 주머니는 더 커졌다. 지난해 말 54조4960억원이던 현금성 자산이 60조6630억원으로 11.3% 불어났다.

기업들의 현금 흐름 변동은 배당액 증가 가능성과 맞물려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금성 자산을 포함한 사내 유보금에 과세하겠다는 정부 방침 역시 배당 압력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불확실한 경기 전망을 고려해 투자를 망설이는 기업들이 배당 확대를 선택할 것이라는 기대가 갈수록 커지는 배경이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기업들의 현금흐름과 배당수익률이 종목 선정에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당 확대 기대감 솔솔

국내 기업들은 현금을 늘리고 투자를 망설이면서도 배당엔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시총 상위 30개 제조사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1.2%였다. 삼성전자는 1.04%, 현대차는 0.82%로 평균에도 못 미쳤다. 2%가 넘는 배당수익률을 보인 종목도 6개뿐이었다. 박선오 NH농협증권 연구원은 “배당세 인하, 유보이익에 대한 과세로 기업이 가진 현금을 배당과 투자로 유도하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확실하다”며 “배당 성향이 높아지고 배당투자 매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배당주로서의 매력을 높이려면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는 높은 배당수익률을 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올 들어 대형주 중에서 꾸준히 높은 배당을 해온 종목의 상승폭도 컸다. 지난해 4%가 넘는 배당수익률을 보인 SK텔레콤은 올해 25%, KT&G는 26%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배당주에 투자할 때 안정적인 현금 흐름뿐 아니라 실적과 성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증권시장의 추가 상승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기업의 이익 정체”라며 “배당 확대 가능성을 판단하려면 지난 성적과 더불어 외형성장의 잠재성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