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경영인 부문 다산경영상을 수상한 윤동한 회장 내외(앞줄 가운데)가 한국콜마 임직원의 축하 속에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창업경영인 부문 다산경영상을 수상한 윤동한 회장 내외(앞줄 가운데)가 한국콜마 임직원의 축하 속에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창업경영인 부문에서 다산경영상을 받은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평소 다산 정약용의 실사구시(實事求是), 연암 박지원의 혁신정신, 충무공 이순신의 애민(愛民)정신을 닮고 싶어 이분들을 세 명의 스승으로 모시고 있었는데, 다산경영상이라는 귀한 상을 받게 돼 정말 기쁘다”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그걸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기업 경영을 하라는 격려의 의미로 감사히 받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윤 회장은 자신의 꿈인 창업을 하기 위해 외국계 제약사가 제안한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뿌리쳤던 얘기를 하면서 감정이 북받쳐 잠시 말을 멈추기도 했다. 다음은 수상소감 요지.

첫 직장인 농협중앙회에 다닐 때 구두 한 켤레가 1800원이던 시절 9만원이라는 많은 월급을 받았다. 그러나 5년간 근무하면서 조직의 문제점도 보이고, 내가 갖고 있는 꿈은 ‘언젠간 창업을 해서 내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회사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다들 나를 보고 ‘바보’라고 했다.

내 사업을 하려면 케이스 스터디(사례분석)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 당시 중소기업이던 대웅제약에 들어갔다.

영업을 할 때는 전국 팔도를 누비며 병원과 약국을 돌아다녔다. 그때는 일하는 게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기업가가 되는 것이 내 꿈이었고, 그러려면 더 많은 케이스 스터디를 해야 했고, 병원에서 의사들을 보면서 더 많이 배웠다. 개인 병원을 바로 개업하는 의사들보다는 오랫동안 전문의로, 스태프로 근무하다가 늦게 개업하는 사람이 더 잘되는 것을 봤다. 그래서 열심히 일했고 성과가 좋았다. 40대 초반에 부사장이 됐다.

한 외국계 제약사가 내게 CEO 자리를 제안했다. 연봉이 내가 받던 것의 두 배였다. 하지만 내 꿈은 내 사업을 하는 것이어서 제안을 뿌리쳤다. 그 후 대웅제약에서도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얘기했다. 이걸 받아들이면 내 꿈을 접어야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선택하자 사람들이 나를 보고 또다시 ‘바보’라고 했다.

내가 배운 제약사업을 활용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 화장품을 선택했다. 수소문해서 미국콜마에 갔다가 ‘일본콜마가 한국 투자자를 찾는다’는 얘기를 듣고 오사카로 갔다. 지분 20%만 투자하겠다고 하니까 일본콜마 쪽에서는 “다른 한국 기업인들은 지분 51%를 고집하는데 당신은 왜 20%만 투자하려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내게는 회사 지분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니 그쪽에서 “기술은 우리가 책임질 테니 회사 경영은 당신이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연간 사업계획을 세울 때 매출을 얼마 내자고 얘기한 적이 없다. 월말이나 연말에 실적을 얼마나 냈는지도 체크해본 적이 없다. 실적은 결과이고, 과정이 건강하면 실적은 저절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문화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찾아갈 것인지를 고민했다. 사성오행(四性五行) 정신을 바탕으로 기업문화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성은 창조성, 합리성, 적극성, 자주성이고 오행은 독서(讀書), 근검(勤儉), 겸손(謙遜), 적선(積善), 우보(牛步)다.

이 가운데 근검은 다산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나온다. 근(勤)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검(儉)은 무명옷이라 했다. 비단옷은 해어지면 볼품이 심하게 없어져 다시 입기 어렵지만 무명옷은 해지더라도 그다지 표시가 나지 않아 계속 입을 수 있다. 그 편지에 담긴 근검이 제게 큰 삶의 힘이 됐다. 겸손한 마음으로 이 상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고, 이 상의 정신에 충실한 기업이 되도록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겠다.

정리=민지혜/이준혁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