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분기를 앞둔 시점에서 선진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이 잇달아 하향조정되고 있고, 실물부문에서는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수출여건 악화라는 짐을 더 지게 된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그제 발표한 ‘경제전망’을 통해 주요 선진국들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당초 2.6%로 예상했던 미국의 성장률을 2.1%로 내렸고 유로존은 1.2%에서 0.8%로, 일본은 1.2%에서 0.9%로 각각 낮춰 잡았다. 전망치를 내린 것은 실물경기가 그만큼 정체 또는 후퇴되고 있는 탓이다. 유로존은 독일 프랑스 등의 경제가 위축되면서 2분기에 제로성장을 기록했다. 일본은 민간소비 및 투자 위축으로 2분기 GDP 증가율이 마이너스(연율기준 -7.1%)를 기록했고 잘나가던 미국조차 8월 산업생산이 7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상태다.

중국은 부동산 침체와 생산·소비 부진 등으로 올해 성장률이 당초 목표치(7.5%)를 밑돌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이미 숫자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중국 내 산업생산증가율은 6.9%로 5년8개월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고 소비자물가지수도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브라질 역시 올 들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신흥국들의 성장세도 이미 꺾였다.

당초 미국이 오는 10월로 양적완화를 종료하기로 하자 세계경제가 바닥을 친 것 아닌가 하는 성급한 기대감도 생겼었다. 그러나 미국도 2015년에 가서야 경기확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OECD의 예상이다. 오히려 지난달에는 미 중앙은행(Fed)의 스탠리 피셔 부의장이 ‘세계 경기 장기 침체론’을 언급하면서 디플레이션 불안감만 더 높아졌다.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겐 악재다.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4%나 된다. 그 어느 때보다 경제 당국자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대응조치에 물샐 틈이 없어야 할 것이다. 세계경제가 이 모양인데 국내에서는 극악한 정치투쟁이 사회를 압도하고 있다. 그래도 누군가는 소를 키워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