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기준' 노사정委가 만든다
“앞으로 진행될 임금체계 개편에 앞서 노·사·정 논의의 바탕이 될 한국판 ‘웨이지 리포트(임금보고서)’를 연내에 만들겠다.”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사진)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노·사·정 모두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임금(통계)에 대해서는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며 “노·사·정이 함께 임금에 대한 기준과 통계를 내놓으면 논의를 진척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통계를 놓고 그동안 경제계와 노동계는 입장을 달리했다. 매년 6월이면 다음해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노동계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노동기구(ILO)의 통계를 바탕으로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이 지나치게 낮다고 주장했고, 재계에서는 각종 수당 등 나라마다 임금체계가 다른 상황에서 직접 비교는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노동계와 재계가 수년째 6% 안팎의 인상률에 대해 완전히 다른 해석을 내놓고 대립한 이유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노·사·정이 함께 임금 수준의 기준을 마련한다는 것은 곧 최저임금 인상폭에 대한 합의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논의 결과에 따라 내년부터는 최저임금 인상폭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정위는 지난 6월17일 임금연구위원회를 발족하고 여섯 차례 회의에서 임금·근로시간에 대한 표본조사, 임금통계 용어 정리 등의 논의를 했다. 특히 지난달 10일 4차 회의에서 노동계 위원인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OECD 통계를 중심으로 시간당 실질 최저임금 수준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재계 위원인 하상우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1팀장은 “국가 간 단순 절대 비교가 아닌 각국의 경제 수준을 고려한 비교가 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김 위원장이 생각하는 한국 노동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중구조(양극화)다. 그는 “큰 틀에서는 공감한다면서 현실에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는 이 상태로는 아무것도 안 된다”며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리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 아닌 지속 가능성을 생각하는 플러스섬(포지티브섬·positive-sum) 게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을 당부했다. 그는 “최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여러 차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며 “정부에서도 노·사·정 대화가 플러스섬 모델이 되도록 노력하기로 했으며, 이는 추상적이지만 아주 의미 있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 웨이지 리포트

global wage report. 국제노동기구(ILO)에서 해마다 발행하는 세계 임금보고서로 각국의 임금 수준, 임금 인상률, 노동생산성, 근로시간 등을 비교 분석해 제공한다. 노동계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 내용과 더불어 최저임금 인상 요구의 근거로 활용한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