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상장되기도 전에 뉴욕 증시를 흔들고 있다. 투자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에 ‘몸값’이 치솟는 한편 아마존 등 경쟁사인 미국 인터넷 기업들의 주가는 급락했다. 1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첫 거래되는 알리바바의 기업공개(IPO) 규모는 250억달러(약 25조9000억원)로 역대 최대에 달할 전망이다.
'마윈의 마법'…알리바바, 뉴욕증시 홀리다
○공모가 상향…IPO 규모도 역대 최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투자 수요가 대거 몰리면서 알리바바가 공모 가격 범위를 주당 66~68달러로 올렸다고 16일 보도했다. 당초 알리바바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신고 서류를 제출하면서 제시한 공모가는 주당 60~66달러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주 알리바바 투자설명회에 대형 투자회사와 헤지펀드 관계자 등 800여명이 몰려들면서 공모가를 70달러까지 올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공모 가격 최상단인 주당 68달러에 가격이 매겨지면 주식 3억2010만주를 매각하는 알리바바는 218억달러를 조달하게 된다. 또 주관사가 ‘그린슈(green shoe)’라고 불리는 초과배정 옵션을 행사하면 IPO 규모는 최대 250억달러까지 늘어난다. 초과배정옵션은 주관사가 기존 주주로부터 초기 공모물량 이외 주식을 공모가에 살 수 있는 권리다. 이 경우 2010년 6월 중국 농업은행의 220억달러를 갈아치우는 역대 최대 규모의 IPO 기록을 세우게 된다.

상장 후 알리바바 시가총액도 경쟁사를 훌쩍 따돌릴 전망이다. 공모가를 감안한 알리바바 시가총액은 1610억달러(약 167조원)로 1500억달러(약 155조원) 수준인 아마존을 제치는 것은 물론 1700억달러(약 176조원)의 삼성전자와 맞먹게 된다. 전 세계 인터넷기업 중에서는 구글과 페이스북에 이어 단번에 3위에 오르게 된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아마존 주가는 2.2%, 페이스북 주가는 3.74% 급락했다. 외신은 알리바바 주식을 사들이기 위한 자금 확보 차원에서 기관투자가들이 기존에 보유한 인터넷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알리바바, 글로벌화에 박차

마윈 알리바바 회장(사진)은 이날 홍콩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미국, 유럽 시장 등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WSJ도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투자자의 발언을 인용, 마 회장이 “알리바바는 한 종류의 동물을 키우는 농장보다는 다양한 동물을 사육하는 동물원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은 알리바바의 성장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알리바바 매출은 전년 대비 46% 증가한 25억달러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20억달러로 1년 전의 7억500만달러보다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광고와 판매수수료 수익이 급증한 결과다. 블룸버그통신도 알리바바 수익성을 고려하면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 경쟁기업에 비해 공모가가 낮다고 분석했다.

이번 IPO로 알리바바에 투자한 기업들도 대박을 터뜨릴 전망이다. 지분 34.1%를 보유한 소프트뱅크와 22.1%를 갖고 있는 야후 등 1, 2대 주주는 물론 2012년 알리바바가 17억달러 자금을 조달하면서 발행한 전환우선주를 사들인 기관투자가들도 큰 돈을 벌게 됐다. WSJ는 국부펀드와 헤지펀드 20여곳의 투자자들이 확보한 3.9%의 전환우선주 보유지분 가치가 62억달러로, 세 배가량 증가했다고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