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 출신으로 이랜드에 입사한 직원들이 서울 금천구에 있는 이랜드 가산사옥 1층 매장 앞에 모였다. 재미있는 포즈를 요청하자 중위·대위로 전역한 입사 3~7년차 직원이 온몸을 던져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최요셉 이혜경 이용운 씨. 이승재 한경매거진 기자 fotoleesj@hankyung.com
장교 출신으로 이랜드에 입사한 직원들이 서울 금천구에 있는 이랜드 가산사옥 1층 매장 앞에 모였다. 재미있는 포즈를 요청하자 중위·대위로 전역한 입사 3~7년차 직원이 온몸을 던져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최요셉 이혜경 이용운 씨. 이승재 한경매거진 기자 fotoleesj@hankyung.com
장교로 전역한 지 3~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말과 태도에선 ‘빡센 군기’가 묻어났다. 이랜드 ‘여성장교 1호’ 이혜경 씨는 장교 출신인 아버지 영향으로 군에 자원입대했다. 이씨는 “군에서 배운 대로 ‘예! 알겠습니다’ 했을 뿐인데 1년 만에 주임으로 승진했다”고 소개했다.

자칭 ‘이랜드 절지남(절대 지치지 않는 남자)’이라는 최요셉 씨는 대대장을 보좌하면서 인사관리 역량을 배웠다. 최씨는 “어떤 상황에서도 조직에 화합의 맛을 내는 ‘라면 수프’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특공대 출신인 이용운 씨는 “군에서 쓰던 ‘다, 나, 까’가 습관이 돼 입사 3년차인데 아직도 ‘~요’란 표현을 쓰는 게 죄짓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매년 상·하반기 전역장교를 공개채용하는 이랜드가 올해는 처음으로 여군장교 공채를 함께 실시한다. 작년 3월 임관해 내년 6월 전역하는 여군 ROTC 1기들이 다음번 공채 때 지원할 수 있도록 해 우수 인재를 조기에 확보하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지원서 접수시한은 오는 18일 오전 10시다. 중위·대위 출신 3인의 이랜드맨이 들려주는 ‘전역장교 입사 팁’을 들어봤다.

“면접 땐 옆 사람 말도 경청해야”

대위로 전역해 2012년 입사한 이용운 씨는 “이랜드 자기소개서 문항은 ‘컨트롤C(복사하기)·컨트롤V(붙여넣기)’가 안된다”며 “군생활에서의 리더십, 역경 극복 경험을 통해 터득한 인내를 녹여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2010년 입사한 최요셉 씨는 면접 때 옆 사람 말도 경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대다 면접 땐 보통 한 개 질문을 공통으로 던지잖아요. 면접관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면접관이 옆 사람이 말한 내용을 영어로 말해보라는 거예요. 진땀을 흘렸습니다.”

사회 진출을 앞둔 장교 후배들에게 최씨는 돈보다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찾을 것을 당부했다. “입사를 앞두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인가, 나와 회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곳인가, 평생 일할 수 있는 곳인가’ 등 세 가지를 생각했어요. 토목공학도여서 고액 연봉을 주는 건설사에도 여러 곳 합격했지만 한창 성장하는 이랜드야말로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곳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여군 48기로 2007년 입사한 이혜경 씨는 여군장교들에게 ‘사회·문화 트렌드’를 알아둘 것을 조언했다. “여군장교는 일을 맡겨도 머뭇거리지 않고 즉시 처리하는 장점이 있죠. 사고의 폭도 넓어 기획이나 현장 조율자로서 강점이 있습니다. 입사 후엔 영업에서 바닥을 익힌 뒤 본부 기획·교육으로 지원해도 좋을 것 같아요.”

“군보다 사회생활이 더 거칠고 힘들어”

여성으로서 군생활이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혜경 씨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군생활이 거칠고 힘들다고 하지만 사회생활이 오히려 더 거칠고 힘들어요. 전역을 앞두고 마음가짐이 필요해요. 신문과 책을 통해 최신 트렌드와 문화를 ‘자기화’하는 훈련을 해야 사회적응을 빨리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직장생활 중 무릎까지 꿇은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1년차 부산 로이드 근무 때 120만원짜리 커플링을 한 고객이 제품에 하자가 있다며 다짜고짜 금반지를 제 얼굴에 던지고 무릎 꿇고 빌라는 겁니다. 매장 점주에게 ‘제가 무릎 꿇어 문제가 해결된다면 꿇겠다’고 하고선 무릎을 꿇었죠. 그랬더니 오히려 고객이 더 당황하더라고요. 완전 새것으로 만들어드려 문제를 해결했죠.”

이용운 씨는 이랜드에 먼저 입사한 군부대 후배와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입사 후 매장에서 낯익은 얼굴이 있어서 동기인 줄 알았더니 군대에서 제 밑에 있었던 후배였어요. 입사는 선배였죠. 사회와 군대는 달라야 할 것 같아 제가 선배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