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YG엔터 대표 프로듀서가 패션 등에서 중국 공략 계획을 밝히고 있다. YG엔터 제공
양현석 YG엔터 대표 프로듀서가 패션 등에서 중국 공략 계획을 밝히고 있다. YG엔터 제공
“한류를 상징하는 아이돌 그룹 빅뱅처럼 한국하면 떠오르는 패션분야의 대표 브랜드를 만들 생각입니다. 중국시장 진출에 관심이 많은데 투자하겠다는 중국 자본도 꽤 있어 조만간 성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프로듀서는 지난 14일 싱가포르에서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과 투자계약을 맺은 뒤 “YG엔터는 우수한 한류 콘텐츠를 갖고 있고 LVMH는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와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YG엔터는 전날 LVMH그룹 계열 사모펀드 L캐피털아시아로부터 3자배정 유상증자와 양 대표프로듀서의 지분 일부 매각 등으로 813억원을 투자받기로 계약했다. 지분 매각이 완료되면 L캐피털은 YG엔터 지분 11.3%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양 대표프로듀서는 “서브 브랜드(기존 브랜드의 하위브랜드)를 내놓거나 전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방법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LVMH 측과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YG엔터는 제일모직과의 합작법인 네추럴나인을 통해 2012년 패션사업에 진출했으며 최근 ‘노나곤’이란 브랜드의 제품을 선보였다. 코스닥 화장품 업체 코스온과도 손을 잡고 화장품 사업을 준비 중이다. LVMH그룹 역시 패션(루이비통) 주류(모에샹동) 이외에 호텔·리조트(슈발블랑)와 클럽까지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YG엔터는 패션 등 음악 외 다른 분야에서도 중국 진출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양 대표프로듀서는 “이미 빅뱅 등이 중국 대중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등 중국 내 사업 환경은 우호적”이라며 “이르면 1~2년 안에 패션 등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대표프로듀서의 친동생인 양민석 YG엔터 대표는 “빅뱅 소속 가수 지드래곤이 사용한 M브랜드 가방이 중국 관광객에게 큰 사랑을 받은 것처럼 YG엔터의 우수한 한류 콘텐츠와 LVMH의 브랜드 파워가 합쳐지면 중국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YG엔터는 서태지와아이들 출신인 양 대표프로듀서가 음악을 만들고, 양민석 대표가 경영을 총괄한다.

양 대표프로듀서는 경험이 없는 분야에 너무 무모하게 도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사람들이 YG 소속 가수가 비교적 높은 성공 확률을 보이는 비결이 뭐냐고 묻곤 하는데 그때마다 ‘되는 것만 한다’고 대답한다”며 “지난 17년간 패션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제일모직과 의류 브랜드 ‘노나곤’을 출시한 것처럼 충분한 검토와 가능성을 연구한 뒤 진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대표프로듀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가 없는 것을 항상 안타깝게 생각해 왔다”며 “음악으로 한국을 알린 것처럼 패션 등 다른 분야에서 한국의 문화를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2009년 설립된 L캐피털아시아는 중국 인도 등의 유망한 브랜드에 주로 투자해왔다. 한국 기업에 투자한 것은 YG엔터가 처음이다. 지난 8월 말 기준 운용 자산 규모는 10억달러다.

싱가포르=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