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지 16일로 5개월이 되지만 여야 간 극한 대치 속에 국회가 입법부로서의 기능을 포기하면서 각종 민생법안을 비롯해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가 ‘올스톱’됐다. 여야는 참사 직후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4월16일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앞다퉈 약속했지만 ‘세월호 특별법’에 발목이 잡혀 5개월간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채 허송세월한 것이다.

'無法府 국회'에 골병드는 경제
입법부가 아니라 ‘무법부(無法府)’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마련한 새해 예산안도 오는 23일 국회로 넘어간다. 특히 내년 지출 예산안은 경기를 살리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회의 제대로 된 심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더구나 올해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2월2일에는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기 때문에 늦어도 12월1일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 그럼에도 국회는 정기국회 개원 15일째인 14일에도 의사일정조차 합의하지 못해 졸속 심사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세법 개정안 등 예산 부수 법률안도 마찬가지다. 특히 올해 세법 개정안은 가계 소득을 늘려 소비를 진작하는 데 초점을 맞춘 만큼 제때 통과시키는 게 중요하다.

국회는 해당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마치고 본회의에 계류된 91건의 법안조차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민생 회복과 경제 활성화 관련 30여개 법안은 ‘세월호법’에 묶여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는 취약계층 예산 지원법(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같은 민생 관련 법이 적지 않다. 자력으로 생활이 어려운 40만명에게 10월부터 5개월간 4400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인데, 국회 파행이 길어지면서 취약계층에 돌아갈 예산이 하루평균 28억원씩 허공으로 사라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에 계류된 법안 중에는 경제 체질과 구조를 바꿔 경기를 기조적인 회복세로 돌려놓기 위한 경기 관련 법이 많다”며 “이런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경기 회복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