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이 30개 산업단지를 표본으로 추출해 산업단지 활력도와 조성 연수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보고서를 냈다. 이에 따르면 국내 산업단지는 조성 후 평균 35년이 지나면 쇠퇴기에 접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이 갈수록 산업단지 활력도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려면 35년보다 훨씬 앞선 시기에 대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이 보고서의 주장이다.

문제는 국내 1040개 산업단지 중 34.6%에 달하는 360개가 조성된 지 20년 이상 지난 노후 산업단지라는 점이다. 게다가 산업단지 조성면적으로 치면 절반 이상인 51.6%가 노후화되고 있다. 결국 산업연구원 보고서 주장대로 지금부터 서두르지 않으면 국내 산업단지의 활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국내 제조업체의 90% 이상이 입주해 있고 국내총생산의 72.3%, 수출액의 76.8%를 차지하는 산업단지가 활력을 잃는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산업이 늙어간다는 경고나 다를 바 없다.

이미 노후화로 인한 문제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당장 젊은 근로자들의 산업단지 근무 기피 현상이 심각하다. 20~30대의 산업단지 취업인구가 2002년 48.2%에서 2012년 37.9%로 크게 떨어졌다. 국가산업단지 도로에서의 교통사고 치사율이 전국 도로에 비해 1.7배나 높고, 가스 등 각종 안전사고 위험도 커져가고 있다. 노후화를 피해 입주기업들이 하나둘 빠져나가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까지 서서히 침몰하는 상황이다.

우리보다 먼저 이 문제를 고민했던 독일 사례는 국내 산업단지의 갈 길을 명확히 보여준다. 산업단지 재생계획을 상징하는 이른바 ‘도르트문트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석탄 철강 등 주력산업이 쇠퇴하자 첨단 산업구조로 과감히 변신을 꾀한 것이다. 지금 도르트문트 기술단지는 하이테크 기업과 첨단연구소가 들어차 있다. 독일은 낡은 산업단지를 혁신클러스터로 되살려냈다. 정부가 지금 전국 곳곳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세운다고 한다. 전국의 산업단지를 혁신클러스터로 탈바꿈시키는 일부터 서둘러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