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미국 대공황 때 애틀랜타의 한 가난한 소년은 코카콜라 병을 수집해 돈을 모았다. 그리고 1946년 애틀랜타 교외에 치킨 샌드위치를 파는 조그만 음식점 ‘난쟁이 그릴’을 차렸다. 그로부터 15년 후 ‘칙필라(Chick-fil-A)’라는 브랜드로 치킨 샌드위치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다. 칙필라는 지난해 매출 50억달러로 KFC(42억달러)를 제치고 미국 최대 치킨레스토랑 업체로 올라섰다. 이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은 트루엣 캐시 칙필라 창업자다. 그가 지난 8일 9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뒤 칙필라의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칙필라 "일요일은 반드시 쉰다"…확고한 경영원칙으로 충성고객 끌어모았다
점포당 평균매출 320만弗 … KFC의 세 배

미국의 1775개 칙필라 매장은 일요일에 문을 열지 않는다. 칙필라의 경영원칙 1호다. 외식업체에서 일요일 영업을 하지 않는 것은 매출의 3분의 1가량을 포기하는 것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캐시 창업자는 1967년 창업 때부터 이 원칙을 지켜왔다.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에도 문을 열지 않는다. 그는 “원칙과 신념을 버리면서 돈을 벌고 싶지 않다”며 “일요일에 문을 닫는 것은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지내고 교회를 갈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캐시 창업자는 억만장자가 된 뒤에도 일요일마다 교회 청소년부 주일교사를 해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칙필라가 ‘바이블 벨트’로 불리는 미국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었던 데는 이런 확고한 기업철학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칙필라 성공의 기본은 품질이다. 컨슈머리포트 등의 조사에서 칙필라는 미국에서 가장 맛있고 깨끗한 패스트 푸드점으로 평가받는다. 주 메뉴는 닭 살코기를 저민 ‘스테이크’와 버터를 바른 빵, 그리고 피클 조각으로 이뤄진 단순한 치킨 샌드위치다. 회사 이름도 ‘저민 닭 살코기 가운데 A등급(Chicken-fillet-A)’이란 뜻에서 따왔다. 메뉴가 단순해 고객들의 주문도 쉽고 맛도 균질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칙필라 매장 1775개는 KFC(4491개)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매출이 KFC를 웃돌고 점포당 평균 연 매출이 320만달러로 KFC의 세 배에 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성결혼 반대로 홍역 치르기도

칙필라는 2012년 여름 동성결혼 합법화를 놓고 미국이 둘로 갈라졌을 때 동성결혼 반대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당시 창업자의 아들 댄 캐시 사장(현 최고경영자)은 “성경에 나오는 가족의 정의에 찬성한다”며 “칙필라는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를 지키는 기업”이라고 소신 발언을 했다. ‘비즈니스에서 종교적 색채를 없애야 한다’는 경영학의 기본원칙을 무시한 것이다.

칙필라는 그후 민주당과 진보시민단체들로부터 불매운동에 시달렸다. 시카고 보스턴 등 일부 시는 신규 매장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반면 동성결혼 반대 진영에서는 칙필라 팔아주기 운동에 나서는 등 사회적 논란을 불러왔다.

이런 논란에도 칙필라의 성장세는 지속됐다. 매출은 2011년 41억달러에서 2012년 46억달러로 14% 증가했고, 지난해 50억달러로 KFC를 제쳤다. 외식컨설팅 전문업체 테코노믹의 론 폴 사장은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고객들이 칙필라를 찾아 ‘보답’했고, 칙필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다지는 계기로 삼았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