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한 '박영선 리더십'…산으로 가는 새정치號
외부 인사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해 당을 혁신하겠다던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사진)의 구상이 무산됐다. 박 위원장은 원내대표 사퇴론에 부딪히는 등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었고, 새정치연합은 내부 갈등에 갈 길을 잃은 모습이다.

박 위원장은 12일 문희상 정세균 김한길 박지원 문재인 의원 등과 만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와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에게 공동 비대위원장을 맡기는 안을 포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6인 회동’은 비대위 구성을 추후 다시 논의하고, 당분간 △세월호 특별법 협상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선거법 위반 무죄 판결 △담뱃값 인상 △주민세 인상 등의 문제에 당력을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박 위원장은 당초 이 명예교수와 안 명예교수에게 공동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했고, 두 사람은 이를 수락하겠다는 뜻을 박 위원장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명예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을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일했던 인물이다. 안 명예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냈고,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 캠프에서 새정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당 관계자는 “박 위원장은 안 명예교수에게 먼저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했고, 안 명예교수가 ‘진보와 보수를 아울러야 한다’며 이 명예교수를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당내 반발이었다. 특히 이 명예교수가 새누리당 비대위원 출신이라는 이유를 거론하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정청래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상돈 영입 카드가 계속된다면 박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단식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당내 반발이 계속되자 안 명예교수와 이 명예교수는 고사의 뜻을 밝혔다. 안 명예교수는 “당내에서 외부 사람을 영입하려면 적어도 하나의 기관으로서 합의된 의견을 갖는 것부터 시작해 사람을 접촉하는 게 예의”라며 “내부 갈등 상태에서 바깥 사람이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나”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명예교수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비대위원장직을 맡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며 “(당내 반발로) 이미 모멘텀을 상실했고, 동력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결국 6인 회동을 통해 ‘진보-보수 공동 비대위원장 카드’를 접었다. 외부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겠다는 방침이 유지될지도 미지수다. 내부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 인사 영입 불발 사태로 박 위원장의 리더십도 큰 타격을 입었다. 김근태 전 상임고문 계보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는 긴급 회의를 열어 박 위원장이 원내대표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3선 의원들을 주축으로 한 당내 혁신모임에 참석한 10여명 역시 “(박 위원장이) 당내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은 잘못된 의사결정을 세 번이나 반복한 만큼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6인 회동에서는 박 위원장의 거취를 거론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았지만, 일각에서는 박 위원장이 더 이상 원내대표직을 유지하는 게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