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의 디지털 라테] 영화잡지 퇴조…네이버 평점·왓챠 웹사이트서 실시간 평가
2011년 9월부터 8개월 동안 ‘2030 기자의 아날로그 이야기’를 썼던 이승우 기자가 새 코너 ‘디지털 라테’를 연재합니다. 디지털 트렌드를 한 잔의 커피처럼 맛있게 풀어드립니다.

무비위크, 필름 2.0, 시네버스, 키노, 스크린, 프리미어….

지금은 사라져버린 영화 잡지의 이름이다. 1990년대 한국 영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영화 잡지 역시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영화 잡지를 둘둘 말아 들고 다니던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취향 맞는 평론가 찾기

가판대에서 기꺼이 영화 잡지를 집어 들었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지금보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인 만큼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가 잡지 구입의 주목적이었으리라. 새로 개봉하는 영화와 대략적인 내용, 이를 상영하는 극장 등 기본적인 정보를 얻는 데 영화 잡지가 큰 도움이 됐다.
‘왓챠’ 서비스 화면. 영화포스터 왼쪽 위에서 예상 평점을 볼 수 있다. ‘비긴 어게인’은 3.7점, ‘두근두근 내인생’은 2.9점이 나왔다.
‘왓챠’ 서비스 화면. 영화포스터 왼쪽 위에서 예상 평점을 볼 수 있다. ‘비긴 어게인’은 3.7점, ‘두근두근 내인생’은 2.9점이 나왔다.
잡지를 사는 또 다른 목적을 꼽으라면 영화 평론가들이 알려주는 ‘영화에 대한 평가’를 알기 위해서였다. 시간과 돈을 들여 이 영화를 보러갈 만한 가치가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평론가의 영화 리뷰와 평점, 한줄 평가였다. 정성일, 박평식, 심영섭 등 유명 평론가들이 별점을 몇 개나 줬는지, 리뷰는 어떻게 썼는지에 따라 이번 주말에 극장 방문 여부가 달라지곤 했다.

평론가도 사람이다보니 취향과 선호하는 영화가 천차만별이다. 가령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 대해 이용철 평론가는 “고통을 품어 피운 아름다운 미소 하나, 숭고하다”라며 만점(별 5개)을 줬지만 박평식 평론가는 “시는 욕조 속에 가라앉고, 산문의 슬픔만 동동”이라는 평과 함께 별 3개를 줬다. 그렇다보니 ‘내 취향과 가장 비슷한 평론가’를 찾는 일도 중요했다.

○평론가 별점 대체한 네이버 영화 평점

현재 남아 있는 영화 잡지는 주간지, 월간지 통틀어 ‘씨네21’ 하나뿐. 영화 잡지의 퇴조는 신문을 비롯한 다른 종이 매체들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궁금한 영화 정보는 스마트폰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영화관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으로 영화 정보를 찾아보고 예매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하다.

수많은 영화 평론가들이 활동하고 ‘스타 평론가’ 역시 존재하지만 과거만큼의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평론가의 평가 대신 네이버 영화 평점을 보고 영화를 평가한다. 포털 사이트 평점의 장점은 통계의 모수가 크다는 것. 비록 평론가처럼 전문적이진 않아도 수천~수만명의 평가가 누적되면 평점의 신뢰도도 커진다. 12일 현재 네이버 영화 평점 최상위를 차지한 영화들은 ‘쇼생크 탈출’ ‘레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터미네이터2’ ‘인생은 아름다워’ 등 소위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들이다. 물론 ‘클레멘타인’처럼 1만3000여명의 네티즌이 ‘심술’을 부려 ‘이 영화를 보고 암이 나았습니다’ 같은 평가를 받고 평점 9.28을 기록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해외에도 일반인들의 평점을 보여주는 IMDB와 같은 웹사이트가 있다. 로튼토마토나 메타크리틱처럼 전문가 평가에 좀 더 초점을 맞춘 웹사이트 역시 좋은 참고가 되긴 하지만 말이다.

○“당신의 예상 별점을 알려드립니다”

네이버나 IMDB의 영화 평점보다 한발짝 더 나아간 서비스도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프로그램스’의 ‘왓챠’는 개인의 영화 취향을 알려준다. 왓챠 웹사이트나 앱에서 자신이 본 영화에 별점을 매기면 선호 장르, 배우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준다. 이를 바탕으로 보지 않은 영화의 예상 평점을 알려준다. 평가한 영화의 숫자가 많을수록 정확도는 높아진다.

이 서비스를 통해 252편의 영화를 평가해보니 액션, SF 등의 장르를 좋아하고 크리스토퍼 놀런과 피터 잭슨 감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개봉 영화 가운데선 존 카니 감독의 음악 영화 ‘비긴 어게인’이 비교적 높은 3.7점을, 멜로 영화인 ‘두근두근 내 인생’은 평균보다 낮은 2.9점을 예상하고 있었다. 덕분에 이번 주말에 볼 영화를 큰 고민 없이 결정할 수 있었다.

이승우 문화스포츠부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