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경남 양산 오토옥션경매장에서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매주 목요일 경매가 진행되는 이곳에서는 평균 600대의 중고차가 거래된다. 현대글로비스 제공
현대글로비스 경남 양산 오토옥션경매장에서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매주 목요일 경매가 진행되는 이곳에서는 평균 600대의 중고차가 거래된다. 현대글로비스 제공
요즘 아파트 가격이 꿈틀거리면서 투자자들이 경매 법정으로 몰려든다는 소식입니다. 이 같은 부동산 못지 않게 뜨거운 경매 시장이 있습니다. 바로 자동차 경매입니다. 상당한 인파가 괜찮은 중고차를 사고팔기 위해 경매장을 찾고 있는데요. 주택 경매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습니다. 카앤조이 독자들과 함께 자동차 경매 시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민간 경매장이 주도하는 시장

자동차 경매는 한마디로 중고차 경매입니다. 그런데 중고차 경매라는 말을 지양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 경매라고만 하지 중고 아파트 경매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자동차 경매라고 하면 될 것을 애써 중고차 경매라고 말하면 어감만 나빠지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중고차 경매라고 얘기합니다.

중고차 경매도 부동산 경매와 마찬가지로, 법원 경매 법정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온라인 공매장인 ‘온비드’, 그리고 민간 경매장에서 이뤄집니다. 다만 거래량이 많은 주류 경매장이 다릅니다. 부동산 경매의 본산은 법원입니다. 빚을 못 갚은 채무자들의 주택이 끊임없이 법원 경매로 넘어오기 때문에 공급량이 가장 풍부해서죠. 그래서 주택 경매하면 일반적으로 법원 경매를 떠올립니다.

반면 자동차 경매에선 법원이 별로 힘을 쓰지 못합니다.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사설 경매장이 제일 잘나갑니다. 연간 10만대 이상이 이곳에서 거래되죠. 민간 경매장이 경매라는 말을 선점한 덕에 자동차 경매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민간 경매를 지칭합니다.
제값 받고 車 팔려면 4월에 경매장 가세요
자동차 경매는 일방통행

법원 중심의 주택 경매 시장은 자동적으로 채무자들의 물건이 공급돼 열쇠는 사는 쪽이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것도 매수 쪽입니다. 좋은 집을 싸게 사는 게 주택 경매 재테크의 핵심인 거죠.

반면 자동차 경매 시장에선 사는 쪽이 정해져 있습니다. 업자라고 불리는 딜러들이 괜찮은 차를 노리고 있죠. 개인들은 매도 부문에서 활약하며 중고차를 가능하면 비싼 값에 팔려고 하죠.

그렇다면 왜 개인들은 자동차 경매 시장에서 매수자가 되기 힘들까요. 자동차는 성형 수술로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딜러들이 경매에서 낙찰받은 차를 튜닝하고 부품 좀 갈아끼우면 새 차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거죠.

성수기는 봄, 그리고 여름휴가 직전

AJ셀카 직원이 중고차 경매 참가자를 찾아가 차량 상태를 평가하고 있다. AJ셀카 제공
AJ셀카 직원이 중고차 경매 참가자를 찾아가 차량 상태를 평가하고 있다. AJ셀카 제공
부동산 경매 시장은 정부 부동산 정책에 따라 춤을 춥니다. 얼마 전 ‘9·1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뒤 경매량이 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전셋값이 급등하거나 부동산 가격 상승 초입에도 경매 법정은 활황입니다.

반면 자동차 경매는 시장 상황보다는 특정 시기에 더 영향을 받습니다. 개인이 자동차를 팔기만 할 수 있는 민간 경매 시장의 특성상 휴가철이 지나거나 추석 연휴가 끝나면 중고차를 내다 팔려는 심리가 강해집니다. 지금이 경매 시장에 자동차가 많이 쏟아지는 시기라 제값 받고 팔기 쉽지 않다는 얘기죠.

반대로 중고차를 사려는 사람이 몰릴 때는 봄, 여름이죠. 중고차를 노리는 사회 초년생들과 대학 새내기들이 넘쳐나는 4월이 절정입니다. 여름 휴가 전이나 명절 연휴 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럴 때는 일반 개인들이 경매 시장보다 중고차 매매 시장을 더 많이 찾겠죠.

경매 견적은 다다익선

자동차는 주택보다 덩치가 작은 만큼 경매에 부치기도 더 쉽습니다. 감정평가사에게 돈을 주고 가치를 평가받는 주택 경매와 달리 자동차 경매에선 전화나 이메일로 경매장에 신청하면 됩니다. 그러면 경매장 직원이 직접 자동차가 있는 곳까지 와서 무상으로 견적을 내줍니다. 돈 안 드니 여러 곳에서 견적을 받아 보는 게 제값 받는 데 유리하겠죠. 국내에는 현대글로비스, AJ셀카 등 4개 기업이 민간 자동차 경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차 평가를 받은 뒤 운반비를 부담하면 자동차 경매장에서 2차 평가를 받습니다. 이때 자동차 가치는 등급으로 평가받습니다. 현대글로비스를 예로 들면 40여개의 성능을 점검해 A9부터 F1까지 54개 등급을 매겨주죠. 그러면서 어느 정도 가격이 적당할 것 같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하지만 이건 참고 요소일 뿐입니다. 중요한 건 차량 경매 신청자의 생각입니다. 차량 매도 신청자가 희망가격을 정하면 그게 낙찰가 하한선이 됩니다. 감정평가사의 평가액이 최저 낙찰가가 되는 부동산 경매와 다르죠.

또 부동산 경매에선 최저 낙찰가가 공개되지만 자동차 경매에선 희망가격이 공개되지 않습니다. 차량을 입찰에 부쳤는데 최고 응찰가가 희망가격보다 낮으면 유찰됩니다. 이 때문에 평균 낙찰률 개념도 달라집니다. 자동차 경매에서 평균 낙찰률이 60%라고 하면 경매 대상 중고차의 10대 중 6대에서만 판매자의 희망보다 낙찰가가 높았다는 뜻입니다.

응찰 형태도 차이가 납니다. 자동차 경매에서는 입찰자들이 3만원 또는 5만원 단위로 순차적으로 응찰가를 올릴 수 있지만 법원 경매에선 동시에 입찰가를 제출해 최고가를 써낸 응찰자가 낙찰받는 형태죠.

법원의 주택 경매는 비정기적으로 열리지만 민간 자동차 경매는 특정 요일에 진행되는 점도 다릅니다. 현대글로비스의 분당자동차경매장은 매주 화요일에 열리고 AJ셀카옥션의 서울경매장은 수요일마다 문을 엽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