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쇼핑백 속에 담긴 펑리위안·전지현·박신혜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가 샀던 그 비비크림 주세요.”

중국의 추석인 중추절 연휴 기간이던 지난 8일. 30~40대 중국인 여성 관광객(유커)들은 화장품 브랜드 미샤 명동점에서 약속이나 한 듯 ‘M시그니처 비비크림’을 찾았다. 인근 토니모리 매장에서는 클렌징 기기인 ‘돌풍 포어 프레쉬 진동 클렌저’가, 어퓨 매장에서는 ‘셀 튜닝 스네일 겔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렸다.

모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인 펑리위안 여사가 지난 7월 방한했을 때 샀던 제품이다. 중국에서 일명 ‘펑리위안 쇼핑 목록’이 회자되면서 “국모(國母)와 같은 화장품을 바르겠다”는 모방 심리가 매출로 직결되고 있는 것이다. 어퓨의 마스크는 ‘펑리위안 마스크’로 불리면서 7월 이후 월 매출이 4~6월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미샤의 비비크림은 중추절 기간에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더 팔렸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펑 여사의 단아하고 세련된 이미지, 남다른 쇼핑 감각을 흠모하는 중국인이 많다”고 설명했다.

◆스타 모방심리, 매출로 직결

이 같은 모방 심리는 한류 스타들에게도 적용된다. 20~30대 중국인 여성 유커들에게는 출국 전 인터넷을 통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에서 전지현이 맡은 ‘천송이’ 쇼핑 목록을 숙지하는 게 필수로 꼽힌다. 이들은 아직 중국에 진출하지 않은 브랜드라도 전지현이 모델이라면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천송이 화장품’으로 통하는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헤라·한율·일리가 대표적인 예다.

일리는 지난 1~10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65% 증가했다. 특히 ‘전지현 보디로션’으로 불리는 일리의 ‘토탈에이지케어 바디로션’을 찾는 유커가 많았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한율도 같은 기간 관광 상권인 명동·강남·홍대 매장에서 ‘자운단 보습 진정밤’이 평소의 10배가량 팔렸다. 한율은 지난달 20일 배우 임지연으로 모델을 교체했지만 여전히 '전지현 화장품'으로 각인돼있다.

10~20대 중국 여성들은 드라마 ‘상속자들’로 뜬 ‘박신혜 리스트’에 주목한다. 그가 지난 2월 금강제화의 잡화 브랜드 브루노말리, 4월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마몽드, 지난달 프랑스 주얼리 브랜드 아가타 모델로 잇따라 발탁된 것도 중국인들을 겨냥해서다.

최승순 금강제화 팀장은 “당초 6개월 계약이었는데 중화권 소비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라 최근 재계약했다”며 “유커들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시기에는 명동·강남·부산점 매출이 평소의 3~4배 이상 뛴다”고 전했다. 마몽드가 지난 6월 명동점에서 연 박신혜 팬 사인회에는 유커 수백명이 몰리기도 했다.

◆中관광객 지갑 여는 한류 스타들

유커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대표적인 남자 한류 스타는 김수현과 이민호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일찌감치 한류 스타로 부상한 이민호는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의 글로벌 모델로 활약 중이다.

지난 2일 20대 남성 스타로는 이례적으로 시계 브랜드 로만손의 모델로 발탁됐다. ‘별그대’에서 남자 주인공 도민준 역을 맡았던 김수현은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비욘드 모델이다. 중국에 진출하지 않은 브랜드지만 ‘김수현 화장품’으로 알려지면서 유커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박희정 LG생활건강 과장은 “당초 명동·이대·제주 등 관광 상권에서 일본인 소비자가 50% 정도였는데 최근 중국인 비중이 80% 정도로 늘어났다”며 “김수현 효과로 중추절 기간에도 명동점 매출이 8월보다 15% 증가했다”고 말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