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플린트센터에서 ‘아이폰6’와 ‘애플워치’를 소개하고 있다. 플린트센터는 스티브 잡스 창업자가 1984년 매킨토시 컴퓨터를 발표한 곳이다. 연합뉴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플린트센터에서 ‘아이폰6’와 ‘애플워치’를 소개하고 있다. 플린트센터는 스티브 잡스 창업자가 1984년 매킨토시 컴퓨터를 발표한 곳이다. 연합뉴스
“혁신은 없었다.” “자존심을 꺾고 실용주의를 택했다.”

애플이 9일(현지시간) 내놓은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6’ ‘아이폰6 플러스’에 대한 평가다.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스마트폰 하드웨어 혁신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준다. 가장 큰 변화로 꼽히는 화면 크기도 4.7인치와 5.5인치로 전망과 같았다.

자존심을 버리고 실리를 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5~6인치 패블릿(스마트폰+태블릿) 시장에 뛰어들어서다. 애플은 패블릿 전성기에 3~4인치대 작은 화면을 고집한 ‘잡스 철학’을 고수해 삼성전자에 시장을 빼앗겼다. 한 가지 제품으로만 승부하던 전략을 버리고 다양한 크기의 제품을 내놓은 것도 실용주의 전략으로 선회했음을 암시한다는 분석이다.

○삼성 vs 애플, 패블릿 전쟁

“패블릿은 우리가 원조다.”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마케팅팀장(부사장)은 지난 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갤럭시노트4 공개 행사 직후 이렇게 말했다. 애플의 패블릿 시장 진출을 의식한 말이다.

2011년 삼성전자가 5.3인치 갤럭시노트를 내놓은 이후 패블릿은 점차 스마트폰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는 ‘패블릿의 해’라 불릴 정도로 패블릿의 인기가 치솟았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5인치 이상 패블릿이 차지한 점유율은 40%에 이른다. 지난해 2분기 21%에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삼성전자는 5인치 이상 시장의 34%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분석업체 오붐의 네하 다리아 수석연구원은 “애플의 대화면 채용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대화면 스마트폰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잡스 철학' 버렸다…애플, 大화면으로 삼성 '갤노트4'에 도전
애플의 대화면 스마트폰 아이폰6 플러스는 삼성전자가 지난 3일 공개한 ‘갤럭시노트4’와 맞붙는다. 화면 크기는 갤럭시노트4가 5.7인치로 아이폰6 플러스보다 0.2인치 크다. 카메라 해상도는 갤럭시노트4가 더 뛰어나다. 후면 1600만, 전면 370만 화소로 아이폰6 플러스(후면 800만·전면 120만 화소)보다 높다. 배터리 용량도 갤럭시노트4가 크다. 아이폰6 플러스는 2915mAh, 갤럭시노트4는 3220mAh다. 무게는 아이폰6 플러스가 172g으로 갤럭시노트4(176g)보다 가볍다.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는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 19일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12일부터 예약 주문을 받는다. 한국은 1차 판매국에서 제외돼 국내 소비자들은 연말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 결제보다 편한 ‘애플페이’

애플은 신제품과 함께 전자결제 서비스 ‘애플페이’를 선보였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비자 마스타 등 세계 주요 신용카드사들과 손잡고 다음달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소매업체로는 메이시스 블루밍데일스 등 백화점과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 유기농 식료품 체인 홀푸즈마켓 등과 제휴를 맺었다.

애플페이는 편리할 뿐 아니라 안전하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애플이 하드웨어에서 한계에 부딪힌 혁신을 서비스 분야에서 구현하고자 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애플페이는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고 서명할 필요 없이 스마트폰을 근접무선통신(NFC) 단말기에 대기만 하면 결제할 수 있어 편리하다. 지문인식 기능과 연계된 데다 점원이 카드번호와 소비자의 이름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안전하다고 애플은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에 NFC 기능을 탑재하고 있지만 아직 이 같은 결제 서비스는 도입하지 않았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