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수입 중고차 쇼핑몰인 서울 양재동 서울오토갤러리에 있는 BMW 중고차 전문 매장 ‘프리미엄 셀렉션’에서 중고차 구매 희망자가 직원에게 상담을 받고 있다.
국내 최대 수입 중고차 쇼핑몰인 서울 양재동 서울오토갤러리에 있는 BMW 중고차 전문 매장 ‘프리미엄 셀렉션’에서 중고차 구매 희망자가 직원에게 상담을 받고 있다.
“한 달에 60대 안팎이던 판매량이 작년부터 100대 이상으로 훌쩍 뛰었습니다. 지난 5~6월에는 130대 이상 팔렸습니다.”

지난 5일 수입 중고차 전문 매장인 서울 양재동 서울오토갤러리 내 ‘BMW 프리미엄 셀렉션’ 전시장에서 만난 이지훈 도이치모터스 부장(BMW 딜러)은 최근 수입 중고차 판매 추세를 이렇게 설명했다. 서울오토갤러리는 2003년 11월 개장한 국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수입 중고차 전문매장이다. 지하 4층, 지상 4층의 전시장에 층마다 400~500대씩의 중고차가 진열돼 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이날에도 층마다 수백명의 구매 희망자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거래 규모 신차의 2.2배

국내 중고차 시장은 2010년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커졌다. 2009년 신차 판매량이 148만대, 중고차가 196만대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2010년에는 신차 152만대, 중고차 273만대로 두 배 가까이 벌어졌다. 이후 신차 판매는 150만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지만 중고차는 작년 337만대 규모로 커졌다.

주목되는 점은 늘어난 중고차 거래량 대부분이 중고차 매매업자가 중개하는 ‘업자매매’라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업자매매는 2009년 107만대에서 지난해 197만대로 84.1% 늘어났다. 반면 개인 간 거래인 ‘당사자매매’는 88만대에서 133만대로 51.1%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당사자매매는 2011년 138만대에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훌쩍 큰 중고차 시장…年 330만대 거래 '新車의 두 배'
올 상반기에도 업자매매는 104만대로 작년 상반기보다 6.6% 늘었지만 당사자매매는 작년 상반기 68만대에서 올해 64만대로 5.7% 줄었다. 이 부장은 “중고차도 부동산 거래처럼 전문 매매상이 중간에서 품질과 거래 안전성을 보장하면서 신뢰가 쌓이고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품질과 거래 안전성을 일정 부분 책임지는 서비스는 차량 단가가 비싼 수입차에서 시작돼 점차 국산차로 확산되고 있다. BMW는 2005년부터 공식 딜러를 통해 5년·10만㎞ 이하 차량을 매입한 다음 72가지 검사와 수리를 거친 뒤 판매하는 ‘프리미엄 셀렉션’ 서비스를 시작했다. 벤츠와 재규어랜드로버 등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현재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국내 소규모 중고차 매매상들도 소비자 신뢰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오토갤러리는 올해 초부터 400여개 입주 업체들의 합의로 ‘전면 정찰제’를 실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중고차 시장인 장안동에서도 자율적으로 정찰제를 도입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장안동 중고차 매매상인 현대모터스의 김기영 대표는 “차 한 대 속여서 파는 이익보다 정직하게 오랫동안 장사하는 게 개별 사업자나 시장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중고차거래업체 M&A시장도 후끈

오진원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현재 30조원대로 추정된다”며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 신차 대비 중고차 거래 비율이 세 배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국내 중고차 시장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고차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본 대기업이 속속 참여하면서 시장에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SK엔카와 현대글로비스, KT렌탈 등이 중개나 경매 등을 통해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면서 품질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

온·오프라인에서 중고차 중개 사업을 하는 SK엔카는 지난해 매출 7328억원을 거뒀다. 전년 대비 27.3% 성장세다. 양산, 분당 등에서 3개 경매장을 운영 중인 현대글로비스도 최근 중고차 사업 매출이 연간 20~30%씩 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성 때문에 최근 KT가 주력 사업 집중 차원에서 매물로 내놓은 KT렌탈은 SK, GS 등 신성장 동력을 찾는 기업뿐 아니라 H&Q아시아퍼시픽코리아, 한앤컴퍼니 등 사모펀드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