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노조 결성 및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노사분규가 급증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파업 등 노사분규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秋鬪에 떠는 기업들…하청노조 勢확장에 노사분규 2배 급증
2011년 7월 복수노조 도입 이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이 노조 조직률이 낮은 하청업체를 집중 공략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서비스 하청 노조가 1년에 걸친 파업과 농성 끝에 지난 7월 단체협약을 체결하자 비슷한 사업 구조를 가진 C&M·티브로드 등 케이블TV와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통신사의 하청노조들이 농성과 집회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 노조가 통상임금 확대 문제를 놓고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금융권과 공기업 노조도 집단행동에 들어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노사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데다 상급단체들이 정치 이슈로 확대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산업계에 추투(秋鬪)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하청업체에서 세력 불리는 상급단체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C&M과 티브로드 하청 노조는 민주노총 희망연대노조 주도로 지난해 3월 말 설립됐다. 케이블TV 서비스를 하는 본사(원청)와 설치·AS 하도급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 소속 기사들이 조합원이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노조 가입 인원은 C&M이 대상자 1100여명 가운데 520여명, 티브로드가 1500여명 중 350여명이다. 이들은 원청과의 임금·단체협상을 주장하다 파업에 들어갔고, 하청업체들이 직장폐쇄 등으로 맞서자 7월부터 60일 넘게 C&M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있는 서울파이낸스센터와 티브로드 본사가 있는 흥국생명 등 광화문 일대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케이블TV와 하도급계약 관계가 비슷한 인터넷·통신업체인 SK브로드밴드에도 지난 3월 하청노조가 생겼다. 두 회사 모두 4000여명인 가입 대상 가운데 SK브로드밴드는 10일 현재 1300여명, LG유플러스는 1000여명이 노조원으로 가입했다. 이들도 원청을 상대로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성과를 낸 금속노조는 타깃을 사내하청이 많은 철강·기계업계로 옮겼다. 2012년 말 14개였던 금속노조 산하 하청노조는 현재 19개로 늘었고 인원도 4000여명에서 6000여명으로 증가했다. 추가된 5개 노조 가운데 삼성전자서비스를 뺀 현대제철 비정규지회, 현대제철에서 정비업무를 담당하는 한국내화지회, 현대비앤지스틸지회, 현대위아 비정규지회 등 4개 하청노조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올해 노사분규 두 배 이상 급증

올해 노사분규는 하청노조 활동 강화와 통상임금 갈등 등에 따라 급증하는 추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노사분규 건수는 61건으로 작년의 27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대기업에선 통상임금 확대를 놓고 노사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한 데 이어 15일께부터 조합원 찬·반 투표 등 본격적인 파업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현대차에선 통상임금 확대 문제가 노·노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이경훈 노조위원장과 집행부는 통상임금 확대 자체보다는 임금 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이 우선이라는 입장이지만 강성 현장조직들이 무조건적인 통상임금 확대를 주장하며 집행부를 흔들고 있다.

르노삼성은 단일기업 노조인 제1노조 집행부가 사측과 통상임금 문제를 별도로 법원 판단에 따르자고 잠정 합의했지만 조합원 투표에서 지난달 27일과 지난 4일 두 차례에 걸쳐 부결됐다. 제2노조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가 이 과정에서 반대를 주도하며 세를 불리고 있어 르노삼성에서도 노·노 갈등이 나타날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여기에 양대노총 공공기관 공동대책위원회 소속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보건의료노조, 한국노총 공공노련·금융노조·공공연맹 등이 지난 3일 총파업에 들어가는 등 전방위적으로 노사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김경윤 고용부 노사관계지원과장은 “하청업체 노조 활성화와 통상임금 확대 등 국내 노동계에 이전에 없던 새로운 문제가 등장하면서 노사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진석/강현우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