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훈 인스텍 사장(오른쪽)이 박주노 부사장과 3D 금속프린터로 만든 제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서정훈 인스텍 사장(오른쪽)이 박주노 부사장과 3D 금속프린터로 만든 제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대전 테크노밸리에 있는 인스텍(사장 서정훈·51) 복도에는 자사의 ‘3D(3차원) 금속프린팅 기술’로 제작한 자동차 및 전기 전자 분야 금형과 다양한 샘플이 전시돼 있다. 공장 안에서는 ‘3D 금속프린터’를 제작하고 있다.

종업원 17명에 연매출 10억~20억원 수준의 평범한 중소기업이지만 이 회사에는 대리점을 열겠다고 찾아오는 외국 바이어가 최근 줄을 잇고 있다. 그것도 독일 일본 네덜란드 등 선진국 바이어들이다. 이미 8개국에 이른다.

◆일본 대기업에 수출계약

인스텍은 3D 금속프린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그동안 해외 진출을 보류해왔으나 앞으로는 본격적인 수출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 안에 유럽 대리점을 먼저 개설키로 했다.

일본 글로벌 광학기업인 C사와 수출계약도 맺어 내년 초 첫 선적에 나선다. 서정훈 사장은 “구체적인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일본 대기업이 여러 차례 우리 공장을 찾아와 실사를 했고 독일 경쟁업체와 비교한 뒤 우리 제품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일본 오사카에서 서 사장이 강사로 나선 ‘3D 금속프린터 기술세미나’에는 스미토모 도요타 파나소닉 등 30여개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고, 몇몇 기업은 서 사장과의 단독 만남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 외국 산업부 장관은 이 회사를 찾아와 “인스텍을 우리나라로 통째로 옮길 경우 부지를 공짜로 주는 것은 물론 연구개발투자, 급여보장 등 파격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제안했을 정도다.

◆20년간 3D프린터 사업 ‘꿈’

이 회사가 만드는 제품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서 사장은 “3D 금속프린팅 분야에서 기술경쟁력을 이미 확보했고, 일반 금속파우더를 쓰기 때문에 경제성이 있다”며 “외국 업체들이 흉내내지 못하는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KAIST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해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한 서 사장은 원자력연구소 연구원 시절인 2001년 ‘연구원 창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3D프린터에 대한 관심은 그보다 훨씬 전인 1990년대 초반부터 갖고 있었고 마침내 이를 사업화했다. 20년 동안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매진해온 것이다. 3D프린팅 기술로 제작한 금형 및 산업용 부품을 현대차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의 생산라인에 납품해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다양한 금속소재 활용

서 사장은 “3D 금속프린터는 기계 전기 전자 금속 로봇 제어 레이저 소프트웨어 등의 기술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진 장비여서 무척 까다로운 기술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한 대를 제작하는 데 6개월이 걸릴 정도로 시간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단순한 ‘샘플’ 제작이 아니라 생산현장에서 금형이나 부품으로 쓰는 ‘실제 양산용 제품’을 만드는 것은 훨씬 어려운 작업이다.

서 사장은 “우리 제품은 금속분말을 녹여 쌓는 ‘적층(build-up)’ 공정에서 분말 분사와 레이저 조사가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별도로 열처리를 하지 않아도 강도와 경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특징 덕분에 이 회사의 3D프린팅 기술은 자동차금형 전자금형뿐만 아니라 항공기엔진 재생, 인공관절 생산 등의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소재는 스틸에서 니켈 코발트 티타늄 구리 알루미늄 등 다양하다.

서 사장의 꿈은 두 가지다. 최고의 3D 금속프린터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과 항공기 프레임까지 만들 수 있는 ‘대형 장비’를 제작하는 일이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