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세워진 제일모직 대구공장 본관의 당시 전경. 1995년 구미공장에 통합된 후 공터로 남아 있다. 삼성 제공
1955년 세워진 제일모직 대구공장 본관의 당시 전경. 1995년 구미공장에 통합된 후 공터로 남아 있다. 삼성 제공
삼성그룹 창업지인 대구시 제일모직 옛터가 창조경제 혁신을 이끌 랜드마크로 새로 탄생한다.

삼성과 대구시는 오는 15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조성 등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옛 제일모직 대구공장 본관 터를 대구창조경제단지로 만들 계획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정부가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지방 중소·벤처기업이나 인재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직접 언급할 만큼 관심이 크다. 삼성 등 주요 대기업은 17개 시·도별로 조성되는 창조경제센터와 연계해 1 대 1 전담 지원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대구 제일모직 옛터, 창조경제센터 된다
정부는 물론 삼성그룹에서도 대구시 칠성동의 옛 제일모직 터를 창조경제단지로 개발하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에 나선 첫 기업에 삼성이 이름을 올리게 된 만큼 삼성 수뇌부가 직접 업무협약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모직 터는 삼성의 창업지이지만, 1995년 제일모직 대구공장이 구미공장과 통합해 이전하면서 그동안 빈 땅으로 남아 있었다. 2000년부터 대구시가지조성사업에 따라 다양한 개발 방안이 모색됐지만, 14년간 진척을 보지 못했다.

더구나 15일은 제일모직의 창립 60주년 기념일이기도 하다. 제일모직은 1954년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대구 침산동에 설립한 모직공장에서 출발한 이름이다. 이 회사와 1953년 창립된 제일제당을 중심으로 삼성의 기업문화가 형성됐고, 많은 계열사가 파생돼 지금의 삼성그룹이 만들어졌다. 한때 김징완 전 삼성중공업 부회장 등제일모직 경리과 출신이 그룹에서 승승장구하면서 엘리트 코스로 불리기도 했다.

제일모직은 지난 7월 삼성SDI로 흡수합병된 뒤 사실상 사라졌지만 삼성에버랜드가 회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변경하면서 맥을 이어가고 있다.

대구 북구 칠성동과 침산동에 걸쳐 있는 제일모직 터는 9만3980㎡로 제일모직이 전체 지분의 70%인 6만㎡를, 나머지는 삼성전자(1만9000㎡)와 삼성물산(7000㎡)이 보유하고 있다. 대구창조경제단지는 삼성의 창업지라는 역사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향후 대구창조경제단지를 지원하며 지역 기업에 대한 투자도 함께 진행할 방침이다. 이날 협약식을 기점으로 삼성과 대구시의 다양한 협력 방안이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