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상품권 1조원] '모바일' 타고 편의점까지 상품권 발행
유통업계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한 달간 시중에 풀리는 상품권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이 판매하는 상품권이 6500억원가량 되고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 판매액이 1500억원 정도다. 여기에 정유사가 발행하는 주유상품권과 기타 외식업체 상품권이 더해진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가 판매하는 추석 선물세트 매출이 9000억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상품권 시장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추석 대목이 한번 지나간 뒤 또 한 차례 추석 선물시장만큼의 잠재 수요가 생기는 것이다.

명절 직후 상품권 결제 급증

유통업계는 추석 선물로 풀린 상품권이 소비 회복의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5일 지난해 추석 이후 한 달간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상품권 결제액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 명품과 가구 등 고가 상품에서 상품권 결제가 큰 폭으로 늘었다. 작년 추석 직후 한 달 동안 이 백화점에서 소비자들이 해외 명품을 구입하면서 상품권으로 결제한 금액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6.8% 증가했다. 가구 부문의 상품권 결제액은 46.4% 늘었다.

롯데백화점 매출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9~10월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인 에비뉴엘의 매출 중 26%가 상품권 결제였다. 가전제품도 상품권 결제 비중이 23%로 높은 편이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판매한 상품권의 30% 이상이 추석 이후 한 달간 매출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추석 전 상품권을 1000억원어치 팔았다면 이 중 300억원 이상이 추석 후 한 달 안에 소비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김종환 롯데백화점 마케팅팀장은 “상품권을 갖고 있는 소비자는 평소 사기 힘든 고가 내구재를 많이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며 “올해 상품권 판매가 작년보다 10% 이상 늘고 있어 추석 이후 매출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떠오르는 모바일상품권

스마트폰으로 바로 결제할 수 있는 모바일상품권도 증가 추세여서 상품권이 소비로 이어지는 효과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신세계 기프트’라는 모바일상품권을 내놓았다.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스타벅스 등에서 스마트폰에 저장된 바코드를 보여주기만 하면 바로 결제할 수 있다. 백화점이 이런 형태의 모바일상품권을 선보인 것은 처음이다.

전달과 보관이 쉽다는 것도 모바일상품권의 장점이다. 모바일상품권은 문자메시지나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보낼 수 있다. 액면가에 못 미치는 금액을 결제하고 나면 잔액이 자동으로 저장되는 것도 편리한 점이다. 종이상품권에 비해 분실 위험도 적다.

편의점의 모바일상품권도 늘고 있다. 편의점들은 원래 상품권을 발행하지 않았지만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종이상품권을 거치지 않고 바로 모바일상품권을 도입했다. CU의 모바일상품권 매출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깡 시장’에선 주유상품권이 제왕

명절이 다가오면 ‘깡 시장’으로 불리는 상품권 할인 유통시장도 활기를 띤다. 깡 시장에서는 백화점 정유사 등이 발행한 상품권을 일정 비율로 할인한 가격에 사고팔 수 있다.

소비자들이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상품권은 백화점상품권이지만 깡 시장에서는 주유상품권이 더 높은 값을 받는다. 5일 서울 명동에 있는 한 상품권 매매업소는 롯데상품권 10만원권을 9만5700원에 팔았다. SK 주유상품권 5만원권의 판매가격은 4만9000원이었다.

SK상품권의 할인율이 2%로 롯데상품권(4.3%)보다 낮았다. 상품권 매매업소인 베스트티켓의 직원은 “상품권의 사용가치 외에 수요·공급이 영향을 미친다”며 “주유상품권이 백화점상품권보다 시장에 적게 풀려 있어 높은 값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사들이 상품권을 대량으로 판매할 때 할인을 많이 해 주지 않는 것도 주유상품권이 깡 시장에서 비싼 값을 받는 이유다. 처음 판매될 때부터 비싼 값에 나오는 것이다.

상품권 깡 시장의 시세는 경기지표가 되기도 한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꾸려는 사람이 늘어 상품권 가격이 낮아진다. 반대로 경기가 좋아지면 상품권 수요가 늘어 가격이 높아진다.

유승호/이현동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