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값이 5년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며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원·엔 환율도 장중 6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엔 환율은 100엔당 965원98전(외환은행 최초 고시 기준)으로 5원88전 내렸다(원화가치 상승). 2008년 8월20일(954원95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다만 오후 들어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원·엔 환율은 100엔당 972원9전(오후 3시 기준)으로 마감했다.

원·엔 환율은 지난 2일 장중 100엔당 969원대까지 내려 970원대가 깨졌다. 지난달 18일까지 1000원대를 지키다가 최근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엔화가 달러당 105엔대에 올라서며 약세를 거듭한 반면 원화는 달러당 1010~1020원대의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오전 한때 105.71엔까지 치솟았다. 2008년 10월3일 이후 5년11개월 만의 최고치다.

美 금리 인상땐 엔低 가속화 우려

유럽중앙은행(ECB)의 깜짝 금리인하로 인한 달러 강세 흐름이 엔·달러시장으로 번졌다. 전날 일본은행이 대규모 양적완화를 지속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미국 경기 회복 기대가 높아지면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려는 주문이 몰렸다. 다만 최근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오후들어 상승폭을 줄이며 105.3엔대(1시 기준)에서 거래됐다. 지난달 8일 101.7엔대까지 떨어졌던 엔·달러환율은 불과 한달만에 4엔 가까이 상승했다.

중장기적으로도 엔화 약세는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이 경기 회복에 따라 양적완화를 끝내고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미국과 일본간 금리차 확대로 엔·달러 환율이 좀 더 오를 수 있다는 것. 이처럼 엔화의 급격한 하락과 원화값의 지속적인 강세는 전자 자동차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한국기업들의 시장점유율 유지에 적잖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도쿄=서정환 특파원/김유미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