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트라우마, 고통 받지 말고 활용하라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남녀 주인공은 각각 가정폭력과 엄마의 불륜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갖고 살아간다. 사랑으로 이를 극복하는 내용이 드라마의 큰 줄거리다. 트라우마는 ‘정신적 외상’ 혹은 ‘영구적 정신 장애를 남기는 충격’을 뜻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에서도 일상어로 쓰일 만큼 널리 퍼졌다.

많은 사람이 트라우마는 불행한 사건을 경험한 사람만 겪는 것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가 붓다에게 배운 트라우마 사용설명서》는 트라우마가 ‘인간 정신의 근본’이라고 주장한다. 유아기에 경험한 불만족이 무의식에 트라우마를 심기도 하고 일상에서 흔히 겪는 고통과 외로움, 두려움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트라우마를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마음에 새겨진 트라우마는 인간 형성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붓다의 삶과 가르침을 통해 트라우마를 설명하고 있다. 트라우마를 삶의 걸림돌로 보는 대신 트라우마에 잠재돼 있는 변혁의 힘을 주목한다. 원인만 밝혀내면 자연스레 트라우마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서구 심리학과 명상을 통해 트라우마를 초연하게 관찰하라고 권하는 동양의 수행 전통을 융합한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저자는 “자기라는 존재가 수많은 존재와 이어졌음을 이해하면 다른 존재의 아픔이 자기의 아픔이고, 다른 존재의 기쁨이 자기의 기쁨이란 이해에 도달하게 된다”며 “트라우마는 우리를 더욱 인간적이고, 자애롭고, 지혜로운 삶으로 들게 하는 문”이라고 강조한다. ‘고통이 곧 열반’이란 붓다의 말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