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2일(현지시간) 또 다른 미국인 기자를 참수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9·11 테러 13주년을 앞두고 미 본토를 겨냥한 IS의 테러 위협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두 번째 미국인 희생자가 나오면서 시리아의 IS 본거지에 대한 공습을 주저해 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미 언론에 따르면 IS가 이날 공개한 ‘미국에 대한 두 번째 메시지’라는 제목의 동영상에는 무릎을 꿇은 미국인 프리랜스 기자 스티븐 소트로프(31)가 참수당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얼굴을 가린 채 칼을 들고 등장한 IS 조직원은 “오바마, 내가 돌아왔다. 내가 돌아온 것은 IS에 대한 당신의 오만한 외교정책과 폭격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살해가 미 공습에 대한 보복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참수 동영상 공개 직후 이라크에 350명의 추가 파병을 지시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바그다드의 외교 시설과 인력 보호를 위해 350명의 병력이 더 필요하다는 국무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IS 에 의한 두 번째 미국인 희생자가 나오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IS가 제임스 폴리 기자를 참수할 때 소트로프 기자의 참수를 예고했으며, 이후 공화당을 중심으로 즉각적인 시리아 공습을 주장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IS를 ‘암덩어리’로 규정하며 강력한 응징 방침을 밝혔지만 이라크 추가 공습 이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골칫거리 IS를 처리하려면 단순한 비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단호하게 행동에 나설 때”라고 주장했다.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도 “IS의 테러리스트 양성 캠프 및 군수품까지 다 공격해야 한다”며 공습 확대를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외교 소식통들은 “오바마 대통령은 동맹국들과 함께 시리아를 공습하겠다는 구상이지만 미국 내 여론의 흐름에 따라서는 일단 제한적 공습 등 단독작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4~5일 영국 웨일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동맹국의 참여를 거듭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