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첫 개각…각료 12명 교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3일 개각을 단행했다. 재무·외무·관방 등 핵심 장관들은 그대로 유임시킨 가운데 자민당 총재 출신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법무상을 간사장에 임명하면서 당내 기반을 강화했다. 다니가키 신임 간사장은 소비세 인상 추진을 주도했던 인물이라 올 연말 정해질 소비세 추가 인상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간사장을 신설되는 지방창생담당상으로 임명하는 등 12명의 신임 각료(장관)를 발표했다. 집단적자위권 행사 용인과 관련한 법 개정 등을 책임질 안보법제담당상(방위상 겸임)에는 에토 아키노리(江渡聰德) 전 방위부대신이 임명됐다.

첫 여성 간사장으로 하마평에 올랐던 오부치 유코(小淵優子) 전 저출산 담당상은 경제산업상에 기용됐다. 오부치 경제산업상을 비롯해 4명의 여성이 새롭게 입각에 성공하면서 아베 정부 내 여성 각료는 2명에서 역대 최다인 5명으로 늘어났다. 이 중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은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시절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에서 ‘침략’ 표현은 삭제해야 한다”는 망언을 한 적이 있으며 최근에는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대체하는 새로운 담화를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야마타니 에리코(山谷えり子) 납치문제담당상도 미국 뉴저지주 위안부 기림비 철거를 요구하는 등 우경화 성향을 보였던 인물이다.

이번 개각에서 2차 아베 정권 출범 때부터 같이한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을 비롯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 등 6명의 핵심 각료는 유임됐다.

개각에 앞서 아베 총리는 자민당 간부 인사를 단행, 자민당 4역을 모두 교체했다. 다니가키 신임 간사장은 2009년 자민당 총재를 지낸 중의원 11선 의원으로, 자민당 간사장에 당 총재 경험자가 임명된 것은 처음이다. 다니가키 간사장은 2012년 민주·공명 양당과 소비세 10% 인상 합의를 주도했으며 현재도 예정대로 세율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소비세 재인상 결정과 한국 중국과의 관계 개선 등 정책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아베 총리가 베테랑 다니가키 간사장을 기용해 당을 안정화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