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중소기업인들의 추석 한숨
“신문에서 ‘대기업이 추석을 맞아 중소기업에 납품대금을 앞당겨 지급했다’는 기사를 보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런 혜택을 누리는 중소기업들은 일부 협력업체들 아니겠습니까. 우리처럼 영세한 사업장들은 해당 사항이 없어요.”(인쇄물 제작업체 사장)

추석을 앞두고 중소기업인들의 탄식이 깊어지고 있다. 어려웠던 지난해 추석보다 올해가 더 힘들어졌다고 호소한다. 정부는 추석 정책자금으로 21조원을 풀기로 하고, 대기업도 4조원이 넘는 물품 대금을 추석 전에 조기 지급키로 하는 등 유동성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현장의 체감도는 낮다는 게 중소기업인들의 하소연이다. 이런 혜택은 1·2차 협력업체에 집중되고, 대기업과 관련이 없는 소규모 중소기업과 최하단에 있는 하청 회사들은 온기를 느낄 수 없다. 은행도 대출을 늘린다고 하지만 작은 회사들엔 여전히 문턱이 높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 900여개를 대상으로 한 추석자금 수요 조사에서도 이 같은 현실이 드러났다. 자금 사정을 묻는 질문에 절반 가까이인 47.2%가 “곤란하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3.6%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원활하다”는 답은 13.7%에 그쳤다. 중소기업 직원들이 받는 추석 상여금도 평균 62만2000원으로 지난해 83만원보다 20만8000원 줄었다.

올해 처음 시행하는 대체휴일제도 중소기업들의 박탈감을 더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추석 연휴(6~9일)에 이어 10일을 대체휴일로 적용해 닷새간 쉬는 중소기업은 14%에 그쳤다. 중소기업들의 대체휴일 시행 부담은 인건비 때문이다. 자금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에서 유급 휴일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남동공단에 있는 한 기계부품 제조업체는 수요일(10일)에 쉬는 대신 내주 토요일(13일)에 정상 근무하기로 했다. 협력업체가 수요일에 쉬어 기계를 운영하지 못하게 되자 직원들의 볼멘소리에도 불구하고 사장은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중소기업인들은 추석 등 특정한 시기에 푸는 한시적인 자금 방출만으로는 숨통을 틔우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이런 하소연에 정부는 귀 기울여야 한다.

김정은 중소기업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