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걷힐 때까지 '바벨' 들어올려라
코스피지수가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못하고 2050선 근처에서 맴돌고 있다. 4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 5일 미국 8월 실업률 같은 주요 경기지표 발표 등 불확실성이 시장을 누르고 있다. 극단적으로 상반되는 조합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바벨 전략(barbell maturity)’이 주목받는 이유다. 잘나가는 것에 편승하되 당장은 좋아 보이지 않지만 반등 가능성이 큰 것에도 투자해 불확실성을 극복한다는 적극적인 투자 전략이다. 가치주와 성장주에서 수출주와 내수주로 바벨을 바꾸는 것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수출주 부진·내수주 선방

3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0.38포인트(0.02%) 하락한 2051.20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미동도 하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업종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내에서도 삼성전자(-0.42%), 현대차(-1.55%), SK하이닉스(-5.11%) 등 대형 수출주는 실적 둔화 및 엔화 약세에 따른 경쟁력 악화 탓에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내수주 성격이 강한 한국전력(3.34%), SK텔레콤(2.30%), 삼성생명(1.40%)은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수출주 약세·내수주 강세는 하반기 증시의 주요 특징이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내수주인 금융업지수는 연초 대비 10.58% 상승한 반면 수출주인 전기전자 업종지수는 3.91% 하락하면서 양자 간 격차가 14.49%포인트에 이르렀다. 수출주를 억누르는 가장 큰 요인은 엔화 약세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04.92엔으로 올 최고치인 달러당 105엔에 근접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원70전 오른 1020원에 마감했다. 엔저·원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일본기업과 경합 가능성이 높은 자동차·정보기술(IT)업종이 주축인 수출주에 대한 투자자 우려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수출주 vs 내수주 바벨 주목

증시의 투자 전략은 일단 내수주에 중점을 두는 쪽에 쏠리고 있다. 과거 엔화 약세 국면에서 내수주가 강세를 보인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엔·달러 환율이 30% 이상 올랐던 2012년 9월부터 2013년 5월까지 레저·관광업종은 26.6% 상승하면서 코스피지수(2.3%) 상승률을 앞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내수주 위주 투자 포트폴리오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고, 수출주가 높은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반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수출주와 내수주로 바벨을 구성하는 전략도 등장하고 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성장주 대 낙폭과대주, 성장주 대 가치주 형식으로 바벨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 수출주의 낙폭이 커지면서 가격 부담이 적어졌고 연말 수출개선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내수주 중심으로 매매전략을 이어가되 수출주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중국 소비주가 상승을 더 할지 삼성전자 등 수출주가 낙폭을 회복할지 어느 쪽도 확신할 수 없는 3분기 실적발표 전까진 바벨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 바벨 전략

중간 위험을 배제하고 아주 안전하거나 위험한 극과 극의 조합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포트폴리오 기법. 투자 구조가 역기(바벨)와 유사한 데서 유래했다.

김동욱/이고운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