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헉대는 삼성전자…훨훨 나는 계열사
삼성그룹 주축인 삼성전자는 약세지만 이른바 ‘삼성후(後)자’로 불려온 기타 계열사는 약진하고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급물살을 타는 와중에 공교롭게도 삼성전자 실적이 급감하면서 그동안 존재감이 미미했던 기타 계열사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의 관심이 삼성그룹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어 올해 이미 가파르게 오른 종목도 추가 상승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삼성 계열사 9곳 올해 강세

삼성전자는 2일 2.61% 떨어진 119만40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 주가가 120만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2년 9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14% 하락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삼성그룹 15개 계열사 중 9곳은 올 들어 주가가 상승했다. 가장 큰 상승폭을 보인 종목은 호텔신라다. 호텔신라는 79% 올랐다. 2011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 이부진 사장이 취임한 이후 2012년 14%, 지난해엔 53% 뛰었다. 이선애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휴가 성수기에 중국 중추절과 국경절까지 앞두고 있다”며 “내국인 면세 한도를 이달부터 앞당겨 올린 점도 호재”라고 말했다.

크레듀와 삼성물산은 삼성SDS와 제일모직 상장을 앞두고 상승세를 탔다. 크레듀는 올해 주가가 70% 급등했다. 삼성SDS 지분 17.08%와 제일모직 지분 1.48%를 가진 삼성물산은 올 들어 26% 상승했다. 삼성카드는 연초 이후 26%, 삼성증권은 11% 오르며 금융 계열사도 실적개선 효과를 보고 있다.

삼성SDI(-5%)와 제일기획(-13%)은 연초 대비 주가는 떨어졌지만 수주 확대와 신성장사업 해외시장 개척 등의 호재로 주가 상승 기대가 강하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의 소형 전지는 수익성이 개선되고 중대형 전지는 적자를 줄여 하반기 실적 개선세가 확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바닥 못 찾은 ‘못난이 삼인방’

삼성후자가 대부분 선전한 가운데 여전히 바닥을 헤매는 종목도 있다. IT부품을 만드는 삼성전기는 삼성전자 실적 부진에 직격탄을 맞았다. 주가는 올 들어 26% 하락했다. 하반기 전망도 어둡다. 미래에셋증권은 3분기 적자전환을 예상하고 목표주가를 5만4000원(2일 종가 5만4500원)으로 낮췄다. 조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태블릿PC 출하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며 “3분기 영업적자 346억원, 4분기도 10억원 규모로 적자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정밀화학과 삼성테크윈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연결고리가 약한 데다 실적도 부진해 주가가 약세다. 올해 10% 떨어진 삼성정밀화학은 지난 2분기까지 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2분기 320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한 삼성테크윈은 올 들어 주가가 21% 떨어졌다. 박원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폐쇄회로TV(CCTV)사업 부진에 새로운 성장동력인 고속 칩마운터 사업 성장이 지연되고 있다”며 “3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41%가량 줄어든 237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