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저우시 번화가에 자리잡은 쑤닝전자 쩡짜점의 LG전자 매장에서 현지 소비자들이 TV를 살펴보고 있다. 박영태 기자
중국 광저우시 번화가에 자리잡은 쑤닝전자 쩡짜점의 LG전자 매장에서 현지 소비자들이 TV를 살펴보고 있다. 박영태 기자
2일 오전 11시 중국 광저우시 쩡짜광장에 있는 쑤닝전자 쩡짜점. 서울 용산 전자상가처럼 가전 매장이 몰려 있는 이곳에는 하이센스 스카이워스 콩카 등 중국 내 6대 TV 메이커는 물론 삼성전자, LG전자 매장도 자리잡고 있다.

중국 2위 TV 업체인 스카이워스 매장에 진열된 52인치 초고화질(UHD) TV에는 4399위안(약 72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국내에 출시된 UHD TV 가격의 3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매장 판매원인 리하이타오 경리는 “중국에서 UHD TV 보급이 빨라지면서 가격 할인 경쟁이 불붙고 있다”며 “40인치대 제품은 3000위안대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브랜드보다는 가격이 싼 중국 제품이 많이 팔린다”고 덧붙였다.

◆가격파괴 불붙은 중국 TV 시장

중국 UHD TV 값 한국의 3분의 1…'톱2' 삼성·LG도 고전
중국은 세계 최대 TV 시장이다. 지난해 중국 시장 비중(판매액 기준)은 29.4%로 북미(20.1%), 서유럽(13.8%), 아시아(9.7%) 등을 크게 앞섰다. 지난해 지역별 판매대수에서도 중국이 유일하게 5000만대를 넘어섰다.

중국은 TV 대형화 추세도 주도하고 있다. 지난 1분기에는 판매된 TV의 평균 인치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40인치 벽을 깼고 2분기에는 41인치로 더 높아졌다. 중국 시장에서 팔리는 TV의 상당수가 40~50인치의 대형 제품이라는 얘기다. 리 경리는 “49인치 이상 대형 TV를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풀HD TV보다 화질이 4배 좋은 프리미엄 제품인 UHD TV도 중국 시장이 세계 시장의 70~80%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중국 TV 업체끼리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UHD TV 가격을 큰 폭으로 끌어내린 덕분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42인치 UHD TV 가격이 3333위안(약 54만원)에 팔릴 정도다. 게다가 온라인 판매 전략으로 설립 4년 만에 중국 스마트폰 1위에 오른 샤오미는 최근 49인치 UHD TV를 3999위안(약 66만원)에 내놓은 등 가격파괴 바람을 더 부추기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TV 시장 1, 2위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에서 적지 않게 고전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중국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11.7%로 4위에 그쳤고 LG전자는 2.5%로 10위권에 겨우 턱걸이했다. 다만 ‘한국산=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소비자 인지도에 두 회사는 기대를 걸고 있다. 리 경리는 “일반적으로 한국산 TV는 품질과 디자인이 뛰어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자금 여유가 있는 소비자들은 한국산 TV를 찾는다”고 전했다.

◆한·중 디스플레이 전쟁 ‘스타트’

TV의 핵심 부품인 디스플레이 시장을 둘러싼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 TV 시장 주도권을 놓고 한국과 중국 간 패널시장 주도권 경쟁이 시작됐다.

중국 TV패널 생산 비중은 아직 10% 남짓으로 50%에 육박하는 한국에 크게 뒤져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BOE, 차이나스타 등 중국 업체들은 정부 지원을 받아 공격적으로 최신 8세대 라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2016년에는 8세대 라인 수가 8개로 5개인 한국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생산 비중이 한국을 앞지를 날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가 현재 60%인 디스플레이 자급률을 내년에 80%로 끌어올리기로 한 데다 대형 디스플레이 수입 관세를 2년 전 3%에서 5%로 인상한 것도 걸림돌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LG와 삼성이 중국에 디스플레이 생산공장을 앞다퉈 세운 것도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광저우=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