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2일 오전 9시53분

삼성중공업의 삼성엔지니어링 흡수합병으로 9000억원 규모의 삼성중공업 채권 투자자들이 예기치 않은 평가손실을 입을 전망이다. 연매출 25조원 규모의 대형 플랜트 전문기업으로서 덩치는 커지지만 재무안정성 지표가 합병 전보다 두드러지게 나빠지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분석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주요 재무안정성 지표는 합병 이후 악화될 전망이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 6월 말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삼성중공업 부채비율은 기존 225%에서 합병 후 270%로 상승한다. 총자산 대비 총차입금 비중을 뜻하는 차입금 의존도 역시 기존 19.1%에서 21.2%로 올라간다.

잠재부실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일부 프로젝트 원가 상승 등으로 1조원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채권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주식투자자와 달리 발행 회사의 대규모 인수합병(M&A) 시 주식매수(채권상환) 청구권이 없다. 과도한 담보나 보증 제공 등 계약서에 명시한 내용만 위반하지 않으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일각에선 삼성중공업 신용등급 자체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조선업 전반의 신용 전망이 악화 추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19일 경쟁회사인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해양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최중기 나이스신용평가 평가전문위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의 재무 부담과 최근 실적 부진 등을 고려할 때 합병 이후 삼성중공업 재무안정성은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