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우리가 스카우트" vs 중앙대 "절대 못 뺏겨"…'테뉴어'로 러브콜…34세 교수 쟁탈전
중앙대와 성균관대가 30대 중반의 한 경제학 교수를 놓고 이례적으로 ‘테뉴어(정년 보장)’를 제시하며 쟁탈전을 벌여 화제다.

2일 대학가에 따르면 중앙대는 2학기 개강을 앞둔 지난달 28일 오후 ‘파생금융상품론’ 강의 담당을 류모 교수(34)에서 시간강사로 변경했다. 이날 오전 류 교수가 중앙대에 사표를 내고 성균관대로 옮겼기 때문이다.

학계에서 류 교수는 젊은 나이에도 연구 업적이 탁월한 신진학자로 꼽힌다.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한 뒤 전공을 경제학으로 바꿔 KAIST에서 금융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0년 29세에 한국외국어대 교수에 임용됐고 지난달까지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사회과학논문인용색인(SSCI)급 논문을 20편 이상 게재해 교수평가 최우수(S등급)를 받는 등 중앙대에서 가장 유능한 교수 중 한 명으로 인정받았다.

류 교수가 금융·파생상품 분야 신진학자로 떠오르자 성균관대가 올해 초부터 그의 영입에 나섰다.

성균관대의 영입 움직임이 알려지자 중앙대도 류 교수 지키기에 나섰다. 중앙대는 30대 중반인 류 교수에게 테뉴어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대 관계자는 “업적이 워낙 뛰어난 만큼 2년 뒤 주어질 테뉴어를 조기에 주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대의 테뉴어 제안으로 영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성균관대도 류 교수에게 부교수직과 테뉴어를 제시했다. 성균관대 경제대학 관계자는 “최근 경제학에서 금융 분야 수요가 증가해 영입하게 됐다”며 “젊고 능력 있는 학자로 성균관대의 학풍을 새롭게 바꿀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류 교수는 ‘조기 정년 보장’ 대상에 해당해 부교수라도 테뉴어를 주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대학가에서는 “류 교수를 두고 교수 채용시장에서 보기 드문 ‘카운터오퍼(counter offer)’가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두 학교 간 경쟁으로 류 교수의 거취가 늦게 결정되자 학기 시작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지도교수를 떠나보내게 된 중앙대 학생들은 허탈한 심정을 밝혔다. 한 학생은 “류 교수만 보고 수업을 신청했는데 갑자기 강사가 변경돼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실력도 인품도 훌륭한 젊은 교수가 갑자기 떠났다는 소식을 들어 우울하다”고 했다.

류 교수는 “성균관대에 양해를 구한 뒤 중앙대에서 예정된 2학기 수업을 하려고 했으나 결과적으로 이렇게 돼 학생들에게 면목이 없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