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PGA투어 도이체방크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크리스 커크(왼쪽)가 2일 매사추세츠주 노턴의 보스턴TPC 18번홀에서 경기를 마친 뒤 로리 매킬로이와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PGA투어 도이체방크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크리스 커크(왼쪽)가 2일 매사추세츠주 노턴의 보스턴TPC 18번홀에서 경기를 마친 뒤 로리 매킬로이와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 타 차로 커트 탈락의 희비가 엇갈릴 정도로 실력이 엇비슷한 미국 PGA투어에서 첫날 오버파 성적을 내고 우승한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일반 대회가 아닌 메이저대회나 상금액수가 많은 초특급 대회에서 그런 트렌드로 우승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러나 거의 무명에 가까운 크리스 커크(29)는 미 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2차전인 도이체방크챔피언십(총상금 800만달러)에서 첫날 2오버파 73타로 출발한 뒤 믿기지 않는 대역전 우승 드라마를 일궈냈다.

◆첫날 2오버파 치고 사흘간 19언더파

투어 4년차인 커크는 2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턴의 보스턴TPC(파71·7216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5언더파 66타를 쳐 최종합계 15언더파 269타로 공동 2위 제프 오길비(호주), 러셀 헨리(미국), 빌리 호셸(미국) 등을 2타 차로 제쳤다.

지난해 11월 맥글래드리클래식 우승 이후 시즌 2승째(통산 3승째)를 따냈다. 페덱스컵 포인트 2500점을 받은 커크는 4154점으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3335점)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미국 PGA투어에서 우승한 선수가 첫날 2오버파 73타를 친 것은 2010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나쁜 스코어다. 지난 6월 퀴큰론스내셔널에서 저스틴 로즈(영국)가 첫날 3오버파 74타를 치고 우승한 바 있다. 1라운드에서 73타를 기록한 커크는 선두 라이언 파머(미국)와 10타나 차이가 났다. 커크는 이후 2~4라운드에서 합계 17언더파 196타(66-64-66)를 몰아쳤다. 196타는 대회 54홀 최소타에 1타 모자란 기록이다.

◆그린 놓친 뒤 쇼트게임 탁월

커크는 샷이 정확하고 흔들림 없어 ‘Mr. 일관성(consistency)’으로 불린다. 커크는 2013~2014시즌 26개 대회에 출전해 24차례 커트를 통과하는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커크는 1라운드 그린적중률이 18개홀에서 7차례에 그쳐 스코어가 더 나쁠 수 있었으나 8차례 스크램블링(그린을 놓친 뒤 파 이하의 성적을 기록하는 것)에 성공했다. 커크의 스크램블링 확률은 80.77%로 전체 출전자 가운데 4위를 기록했다.

대회 코스인 보스턴TPC에선 2007년부터 스크램블링이 뛰어난 선수가 우승했다. 그동안 우승자 가운데 스크램블링 순위 10위 이하로 벗어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다.

막판 37개홀 무보기 플레이도 펼쳤다. 그것도 이틀간 세계랭킹 1위 매킬로이와의 동반 라운드에서 기록한 것이다.

◆노승열, 최경주 3차전 합류

한국 골프의 ‘영건’ 노승열(23·나이키골프)은 이날 1타를 줄여 합계 9언더파 275타로 공동 9위에 올라 페덱스컵 랭킹을 36위까지 끌어올렸다. 노승열은 이번 대회 선전으로 페덱스컵 랭킹 상위 70명까지만 나가는 플레이오프 3차전 BMW챔피언십 출전권을 확보했다.

최경주(44·SK텔레콤)는 합계 4언더파 280타를 기록, 공동 35위로 대회를 마쳤다. 페덱스컵 랭킹을 69위에서 65위로 끌어올린 최경주도 3차전 합류를 확정했다.

매킬로이는 합계 11언더파를 쳐 공동 5위로 대회를 마쳤다. 매킬로이는 “퍼팅이 뜻대로 안돼 실망스럽다”며 “우승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쳐 아쉽다”고 말했다. 페덱스컵 랭킹 2위를 유지한 매킬로이는 여전히 생애 첫 플레이오프 우승 가능성을 남겨뒀다.

플레이오프 3차전인 BMW챔피언십은 4일부터 나흘간 미국 콜로라도주 체리힐스CC에서 열린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