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목동 신시가지 9단지 인근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가 매물 전단지를 붙이고 있다. ‘9·1 부동산 대책’으로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자 서울 목동과 강남권 일부 집주인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2일 서울 목동 신시가지 9단지 인근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가 매물 전단지를 붙이고 있다. ‘9·1 부동산 대책’으로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자 서울 목동과 강남권 일부 집주인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4××호 안 파니까 매물 빼달라고요?”

2일 서울 신정동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매물을 거둬들이겠다는 집주인들의 전화가 10~20분에 한 통꼴로 걸려왔다. 가격을 문의하는 매수자 전화는 두 시간여 취재시간 중 4통에 그쳤다. 아직은 집주인들의 집값 상승 기대감이 더 큰 듯했다. 중개업소 최모 대표(55)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회수하거나 호가를 2000만원까지 올리고 있다”며 “매수자들은 아직 오른 가격에 집을 사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가 재건축 연한을 줄이기로 하면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목동 상계동 등 1980년대 후반 지어진 서울 주요 아파트 호가가 일제히 뛰었다. 준공 후 40년이던 재건축 연한을 30년으로 줄인 데다 층간소음과 에너지 효율 문제 등 생활 불편이 클 경우 재건축을 허용하도록 안전진단 기준까지 완화하기로 하면서 재건축 사업 추진이 한층 쉬워져서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이 쉬워지긴 했지만 수익성과 사업기간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루 새 껑충 뛴 재건축 호가

[9·1 부동산 대책 이후] "5억8천 호가 하루만에 6억으로 뛰어…매물도 자취 감췄죠"
서울에서 대치동과 함께 교육특구로 꼽힐 정도로 주택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목동신시가지. 1987과 1988년 완공된 7~14단지가 이번 재건축 규제 완화 수혜 대상으로 꼽힌다. 재건축 가능 연한이 줄어드는 이들 아파트 매물은 이날 자취를 감추고 호가도 2000만원까지 뛰었다. 목동신시가지 8단지 인근 삼성부동산 관계자는 “어제 아침까지 5억8000만원이던 전용 71㎡ 매물 가격표를 오늘 아침 6억원으로 고쳐 썼다”고 말했다.

재건축 사업이 활발한 강남3구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개포동 우성6차와 일원동 개포우성7차 등은 재건축 가능 시기가 2017년으로 기존보다 2년 앞당겨졌다. 개포동 부부공인 관계자는 “‘우리 아파트가 재건축 연한 단축 혜택을 보느냐’는 집주인의 전화가 하루종일 걸려왔다”고 전했다. 일원동 부광광인 대표도 “지난달 7억7000만원에 거래됐던 전용 84㎡ 호가가 8억원까지 뛰었다”고 말했다.

상계동과 중계동 등 그동안 관심이 덜했던 강북권 재건축 단지 중개업소도 모처럼 상담 전화가 늘었다. 노원구에서 1987~1991년 준공된 아파트는 6만5000가구에 달한다. 상계동 느티공인 실장은 “재건축 연한이 줄었다는 말에 이번에 집을 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세입자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상계동 88공인 대표도 “지하주차장이 없어 불편을 겪던 상계 주공 입주자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재건축 기간 10년…사업성 따져야”

재건축 연한이 이미 지난 아파트 재건축 사업도 지지부진한 경우가 많은 만큼 섣불리 투자에 나서는 건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준공된 지 40년이 넘었지만 용적률과 기부채납 문제 등으로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은 여의도나 이제 막 시작단계인 압구정동 등이 대표적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용적률이 200% 안팎인 중층 아파트의 경우 일반분양 물량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어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재건축 규제 완화는 부동산시장 활성화 의지를 담은 정부의 시그널일 뿐”이라며 “인허가부터 추가분담금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안전진단 후 이주철거에 들어가기까지 기간은 평균 7년이다. 새 아파트를 짓는 데 걸리는 3년을 감안하면 당장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10년은 지나야 한다는 얘기다.

김동현/김보형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