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연안항로 정부가 직접 운영…여객선 선령 제한 5년 축소
이르면 내년부터 수익이 나지 않는 항로를 국가(지방자치단체 포함)가 직접 운영하는 공영제(公營制)가 도입된다. 수송 수요 기준도 폐지돼 기존 항로에 대한 새로운 선사(船社)의 진입 규제가 전면 철폐된다. 여객선 선령 제한은 현재 30년에서 25년으로 5년 줄어든다. 세월호 참사가 터진 지 140일 만에 나온 정부의 여객선 안전 대책이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해 이 같은 내용의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혁신대책’을 보고했다.

정부는 우선 99개의 연안여객선 항로 중 적자가 나거나 낙도에 연결된 26개 항로를 정부·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직접 운영키로 했다. 세월호 참사 등을 계기로 언제든 안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연안 선사의 영세성을 극복해보겠다는 취지다. 현재 26개 항로에 운항비와 보조금 등으로 연간 110억원가량의 예산이 들어가고 있는데, 공영제를 시행하면 수백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1963년 이후 51년간 유지한 수송 수요 기준도 폐지된다. 새 여객선을 항로에 추가하려면 운항 수입률이 25% 이상 돼야 한다는 이 규정 때문에 청해진해운처럼 항로를 독점하는 관행이 생겼다.

기존 항로 진입규제 전면 철폐…안전규정 위반시 과징금 10억

세월호 참사 후 진도 팽목항을 지켰던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2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세월호 참사 후 진도 팽목항을 지켰던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2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노후 선박을 함부로 개조하는 바람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는 지적에 따라 관련 대책도 내놓았다. 일본에서 20년이 넘은 낡은 선박을 사와 여객선 사업을 하는 폐단을 고치기 위해 승객과 자동차까지 싣는 여객선인 카페리의 선령은 20년을 원칙으로 하되 매년 선령 연장검사를 통해 최대 5년까지만 허용하기로 했다.

또 새로운 선박을 지을 때 대출이자의 3%를 지원해주는 이차보전사업 예산을 올해 500억원에서 내년부터 최소 1000억원 이상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선박을 건조할 때 선박비용의 대부분을 저리로 빌려주고 대출금을 갚을 때까지 정부와 공동 소유하는 신조지원제도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출 규모 등은 연말께 확정한다.

지금까지 한국선급과 선박안전기술공단이 맡고 있던 정부의 선박검사 대행권을 노르웨이선급이나 로이드선급 등과 같은 외국 회사에도 개방한다. 복원성에 연관이 있는 일체의 선박 개조도 금지된다.

정부는 현재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여객선 안전관리도 직접 챙기기로 했다. 다만 남영호 사고를 계기로 1973년부터 운항관리자를 선사에 내보냈던 해운조합은 제외된다. 운항관리자는 해수부 소속 공무원(가급·나급) 신분인 해사안전감독관이 맡게 된다.

해양경찰청이 수행하고 있는 여객선 안전관리업무도 해수부로 일원화한다. 지금은 국제여객선과 화물선 연안화물선만 해수부가 맡고 있다. 이와 함께 안전 관련 규정을 어겼을 시 현재 최대 3000만원인 과징금을 10억원으로 대폭 올리고 징벌적 과징금도 부과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같은 방안들을 연말까지 입법화한 뒤 바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대책이 시행되면 여객선 요금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수요가 일시에 몰릴 경우 혼잡비용을 받는 탄력운임제나 유가 급등을 반영하는 유류할증제 등을 도입하기로 한 데다 새로운 선박 체제로 여객선을 유지하려면 선사들의 투자가 늘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세종=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