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1일 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세 번째 만났지만 성과 없이 끝났다. 유족 측은 새누리당이 양보안을 마련해 오지 않았다며 면담 시작 약 30분 만에 다음 일정도 잡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여야 대립이 더욱 심화되고 정기국회 파행이 길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유족 측은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 원인 규명을 위해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헌법과 사법체계를 흔들 우려가 있다고 맞섰다. 유경근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새누리당이 원칙론을 고수하자 “1·2차 면담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한 뒤 “더 이상 얘기하지 않고 일어나겠다”며 면담을 일방적으로 끝냈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수사권과 기소권은 특별검사를 통해 줄 수 있다. 주지 않는 게 아니다”고 했지만 유족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수사·기소권을 조사위에 귀속시키는 것은 위헌적 수사기관을 창설하는 것”이라며 “도저히 국회에서 이런 법을 만들 수 없다고 수차 말했고, 새정치민주연합조차 주장하지 않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은 시작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김병권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만약 1·2차 면담처럼 (우리를) 설득하는 취지라면 지금 당장 일어나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완구 원내대표는 “서로 예의를 지켰으면 좋겠다. (면담장에) 들어오자마자 그러면 안 된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달 19일 재협상한 안을 유족 측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당시 여야 원내대표는 특검후보추천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국회에서 추천하는 4명 가운데 여당 몫 2명의 경우 야당과 유가족의 사전 동의를 받아 선정하기로 했다. 이에 유족 측이 반대하자 새정치연합은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재협상안을 추인하지 않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나 “유족들을 언제든 다시 만나겠다”고 했다. 그는 다만 “(세월호 특별법) 협상 대상은 야당”이라며 “유가족은 말씀을 듣는 대상이지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협상 대상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상 대상은 야당이기 때문에 내일이나 모레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를 만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제 더 이상은 새누리당과 만나지 않겠다”며 “여야가 알아서 하고 유가족은 빠진다”고 했다.

이태훈/은정진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