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국민은행장이 1일 기자간담회에서 거취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동헌 기자dhchung@hankyung.com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1일 기자간담회에서 거취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동헌 기자dhchung@hankyung.com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전산 교체 관련 내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일부 요구에 “거취 문제는 이사회 결정에 맡길 것”이라고 1일 밝혔다. 국민은행 이사회가 재신임하지 않을 경우 사퇴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김중웅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은 “이 행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면 (이 행장이 사퇴하도록 불신임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이르면 3일 이사회를 열 계획이다.

이 행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뜻을 밝혔다. 이 행장은 거취 논란이 불거지는 데 대해 “거취와 관련한 모든 것은 이사회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간담회 전 일부 사외이사를 만나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

이사회에 거취를 맡긴 이유에는 “전산 교체 관련 범죄는 덮을 수 없는 문제였지만 이 과정에서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것에 대해선 은행장으로서 책임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산 교체 관련 임직원 범죄 혐의가 금융당국 조사에 의해 밝혀지면 언젠가 이사회에 재신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산 교체 관련 내분 사태에 대해 “나는 도둑이야라고 소리 지르는데 다른 곳에서는 시끄럽다고 한다. 그럼 도둑질을 방관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며 원인을 규명한 자신의 행동은 합당한 것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행장이 전산 교체와 관련해 이사회 멤버(9명)의 절반이 넘는 사외이사(6명)들과 수개월간 갈등을 겪은 것을 감안하면 사외이사들이 불신임할 수도 있다. 이 행장은 “(이사들과) 대립은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전산 교체와 관련한 의사결정에 대한 문제였다”고 해명했다.

공은 일단 이사회로 넘어갔다. 김 의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감독기관으로부터 (이 행장이) 중징계를 받으면 (이 행장이 사퇴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감독기관이 결정하는 대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행장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의 경징계 결정을 최종 결재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회가 먼저 이 행장에게 사퇴를 요구할 수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사외이사들은 이 행장이 사태를 키운 데 책임이 있다는 데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이르면 3일 이사회를 열 계획이다. 그러나 그전까지 최 원장의 결재가 나지 않으면 이사회가 이 행장을 불신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은행 안팎의 전망이다. 이 행장이 경징계를 받고 이사회가 재신임을 하면 전산 교체 문제부터 풀 것이라는 게 이 행장의 의지다.

한편 이 행장은 임 회장이 은행 임원 인사에 개입했다고 주장해 파장이 예상된다. 그는 지난해 말 IT본부 상무 교체 과정에 임 회장이 개입했느냐는 질문에 “제재심에서 인사 개입 문제가 대두됐고, 그에 대해 소명한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해당 임원에 대한 최종 고발장에서 임 회장과 관련한 부분은 삭제했다”고 밝혔다.

김일규/박신영/장창민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