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11∼16세 금융교육 의무화…미국은 조기 금융교육 강조
신제윤 금융위원장 "우리 금융교육은 70∼80년대 수준"


금융교육을 고등학교에서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는 등 학교 금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

한진수 경인교육대 교수는 1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연 '학교 내 금융교육 확대를 위한 심포지엄'에서 "개인의 금융 이해력이 높아지면 인구 고령화, 가계 부채, 낮은 저축률, 개인 파산 문제 등이 완화될 수 있다"며 초·중·고 정규교육 과정에 금융교육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특히 고등학교에서 금융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해야 하며, 교대·사대에 다니는 예비 교사들에게도 금융교육 과목 이수를 필수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계에서 '학교 금융교육'이 화두로 떠오른 것은 한 세대 전만 해도 예·적금이 주된 재테크 수단이었지만 복잡하고 정교한 금융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퇴직연금 관리가 복잡해지고, 금융회사 종류도 많아지는 등 금융과 관련한 선택지가 갈수록 다양해지는 추세"라며 "선택에 따른 결과로 수익성 차별화도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빈부 대물림처럼 금융 이해력이 대물림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부모의 직업이 좋고 소득이 많은 가정의 자녀일수록 금융 이해력이 더 풍부하며, 이 같은 불균형이 평생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금융회사나 단체가 제공하는 금융교육을 받는 학생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단으로, 불평등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학교 금융교육이 가장 보편적이고 평등한 접근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은 학교 금융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위기 피해가 확산한 하나의 원인으로 금융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가 부족했다는 점이 꼽혔기 때문이다.

영국은 이달부터 전국의 모든 11∼16세 학생에게 금융교육을 의무 실시한다.

미국은 올해 금융교육 목표를 '재정적 성공을 위한 조기 교육(Early Starts for Financial Success)'으로 설정했다.

우리 정부도 2009년 교육과정 개정 때 고교 경제과목에 금융 관련 내용을 일부 반영했지만 초·중·고로 이어지는 일관적 교육 체계는 없는 상태다.

정부가 지난 2월 동양사태 재발방지 대책의 하나로 투자자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했으나, 이는 성년층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심포지엄 축사에서 "우리나라의 학교 내 금융교육은 저축을 장려하던 7∼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은 "앞으로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 초·중·고 정규 교과과정에 금융부분을 추가로 반영하되 학년별로 수준에 맞게 내용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교 내 금융교육 확대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가중시키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바람직한 금융습관과 태도를 키우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