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5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신림역상권에는 여느 때처럼 인파가 보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신림역에서 서울대 방향으로 50m 남짓 걸으면 오른쪽에 ‘훌랄라치킨카페’가 나타난다. 술을 마시거나 저녁을 먹기 이른 시간인데도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매장에 자리잡았다. 주문이 몰리는 메뉴는 ‘참숯치즈바비큐’. 불판 바닥에 치즈를 깔고 숯불에 구워 매콤한 소스를 바른 바비큐치킨을 올려 바비큐치킨에 치즈를 돌돌 말아 먹는 메뉴다. 이 가게를 찾은 김명희 씨(25)는 “오후 7시 넘어 오면 주문이 밀려 한참 동안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일찌감치 매장을 찾았다”며 “기존에 먹던 음식에 치즈를 얹은 메뉴들이 요즘 가장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신림동 ‘훌랄라치킨카페’를 찾은 손님들이 치즈를 가미한 메뉴를 맛보고 있다. /훌랄라치킨 제공
서울 신림동 ‘훌랄라치킨카페’를 찾은 손님들이 치즈를 가미한 메뉴를 맛보고 있다. /훌랄라치킨 제공
○치즈 인기 고공행진

국내 치즈 시장이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하고 있다. 슬라이스 치즈와 피자 위에 얹어먹는 모차렐라 치즈 정도가 전부인 줄 알았던 소비자들이 다양한 모양과 맛을 내는 치즈들을 접하면서 소비량이 늘고 있다. 작년 소비량이 10만t 정도로 10년 전인 2003년 5만7000t에 비해 2배 가까이 소비가 늘었다. 국민 1인당 연간 소비량이 1.98㎏에 이를 정도다.

치즈 소비가 늘어난 것은 서양식 식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제과점, 커피전문점, 이탈리안 레스토랑 등에서 치즈를 활용한 메뉴가 보편화된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해외여행 인구가 늘어나면서 유럽 미국 등지에서 와인과 치즈 문화를 접한 소비자들의 입맛이 변화한 것도 치즈시장 성장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치즈 수입량의 증가는 외식 시장에도 영향을 줬다. 기존 음식에 치즈를 추가하는 메뉴가 다양하게 개발된 것이다.

서울 신림동에서 ‘훌랄라치킨카페’를 운영하는 최정희 사장(49)은 최근 미소가 얼굴에서 떠나지 않는다. 가맹본사에서 개발한 참숯치즈바비큐 판매량이 15% 증가, 점포 매출도 덩달아 늘었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매콤한 바비큐치킨과 치즈의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며 “본사에 치즈를 얹은 메뉴들을 더 개발해 달라고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음식으로 치즈 확산

창업 시장에서도 치즈 메뉴가 대세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바비큐치킨, 등갈비, 떡볶이, 곱창, 주꾸미, 찜닭 등 기존의 음식에 치즈를 올린 메뉴들이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제임스치즈등갈비’, 서대문구 창천동에 있는 ‘함지박치즈등갈비’, 관악구 은천동의 ‘홍벽돌’ 등은 치즈등갈비로 유명한 맛집이다. 치즈등갈비는 기존의 등갈비 메뉴를 치즈와 함께 먹도록 한 음식이다. 불판에 치즈를 깔고 그 위에 한번 삶아 내거나 오븐에 구워낸 등갈비에 매운 소스를 묻혀 직화에 다시 한 번 구워서 나온다. 등갈비를 다 먹은 후에는 밥을 볶아서 다시 치즈를 얹어 먹는다. 1인분에 1만3000원으로 다소 비싸지만 볶음밥까지 먹으면 배가 불러 만족감이 높다는 게 고객들의 반응이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교수곱창’은 ‘치즈불곱창’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보통 곱창은 그대로 구워먹거나 양념구이로 먹지만 치즈불곱창은 곱창을 매콤하게 양념을 하고 그 위에 모차렐라 치즈를 올려준다. 치즈의 고소함을 느낄 수 있는 신세대 곱창 메뉴로 변신한 것이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쭈꾸미달인’은 치즈퐁듀 주꾸미로 유명하다. 치즈퐁듀 주꾸미는 불판에 매콤한 양념을 한 주꾸미와 삼겹살을 익혀서 치즈를 녹인 냄비에 치즈를 찍어 먹는 메뉴다.

강병오 중앙대 겸임교수(창업학 박사)는 “매운맛을 지닌 음식의 중독성과 고소한 맛의 치즈가 조합을 이뤄 생겨난 제3의 새로운 맛에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