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찌고 암 유발?…우유에 관한 오해와 진실
‘우유의 위기’. 국내 우유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유업체들의 창고에 원유가 재고로 쌓이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우유 소비량은 2003년 182만t을 기록한 뒤 감소세로 돌아서 2012년에는 168만t까지 줄었다. 지난해와 올해도 추세는 비슷하다는 것이 유업계의 설명이다.

국제낙농연합회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연간 우유 섭취량은 33.4L로 조사됐다. 연간 74L를 마시는 미국의 절반 수준이며, 가장 많은 우유를 소비하는 것으로 조사된 아일랜드(135.6L)와 비교해선 24% 정도에 불과하다. 조사 대상 49개국 중 한국보다 적은 양의 우유를 마시는 국가는 칠레, 리투아니아, 우크라이나, 터키 등을 비롯해 11개국에 불과했다.

살 찌고 암 유발?…우유에 관한 오해와 진실
우유 소비량이 줄어드는 것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우유를 마시는 문화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나 에너지 음료 등 대체 상품이 많이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소비가 줄었다는 것이다. 우유 외에 유지방을 섭취할 수 있는 제품이 많이 등장한 것도 소비량 감소 이유로 꼽힌다.

올 들어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우유에 관한 부정적인 다큐멘터리를 내보낸 것도 영향을 줬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우유가 기존 상식과 달리 ‘뼈를 튼튼하게 하는 데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우유가 ‘비만의 원인’이 되는 식품이며, 우유에 암을 유발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는 내용도 언급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반박 자료를 제시하며 우유 소비를 줄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유병욱 순천향대 교수는 “100g당 105㎎의 칼슘이 들어 있는 우유는 현존하는 식품 중 칼슘 체내 흡수가 가장 잘되는 식품”이라며 “성장기 어린이, 갱년기 여성은 골밀도를 높이기 위해 우유를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민선 서울대 교수도 “우유에 들어 있는 칼슘과 마그네슘이 뼈를 건강하게 해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데 좋다”고 했다.

우유가 다이어트에 좋은 식품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해정 을지대 교수는 “우유와 요구르트의 섭취량이 많을수록 비만 위험도가 낮아진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7173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유와 요구르트를 한 달에 1회 미만으로 섭취하는 그룹에 비해 1회 섭취하는 그룹의 비만 위험도가 29%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2회 이상 마시는 그룹은 비만 위험도가 37% 감소했다. 이 교수는 “우유 속에 함유된 생리활성 펩타이드, 유청단백질이 비만 위험도를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 내용이 담긴 이 교수의 논문 ‘성인의 유제품 섭취와 칼슘 그리고 비만’은 의과학분야 SCI급 학술지 ‘플러스 원’에 게재됐다.

우유에 암을 유발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는 지적도 과장된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홍구 건국대 교수는 “우유에 세포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IGF-1’ 성분이 들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극히 미량인 데다 IGF-1이 반드시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한다고 볼 수 있는 연구 결과는 없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