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현재 경제가 안고 있는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자칫 실기(失期)하면 헤어나올 수 없는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제11차 재정관리협의회를 열고 "어려운 세입여건 아래에서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쓰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라면서도 재정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올해부터는 세월호 사고 계기로 국민 안전을 위한 투자도 확대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단기적으로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중장기 재정건전성도 잘 관리해 나가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재정운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부총리는 총사업비 기준 1천억원으로 상향 조정 등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선 방안도 내놨다.

그는 "예타 제도는 1999년 도입 후 대규모 재정사업 효율성 제고와 재정건전성 확보에 크게 기여해 왔다"며 "그러나 그동안 경제규모가 2.3배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대상기준은 그대로 유지돼 어른이 어린아이 옷을 억지로 껴입고 있는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최 부총리는 안전예산에 대해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안전예산의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필요성이 제기돼 지난 5월부터 TF를 운영했고, 민관 합동 작업을 거쳐 낸 안전 예산 범위는 2014년 기준으로 12조원 수준"이라며 "내년에는 이를 14조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최 부총리는 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전날 "한국이 디플레이션 초기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 발언에 대해 "우리 경제가 내수 부진에 따라서 장기적으로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면 디플레이션으로 갈 우려가 있다는 점은 수없이 경고가 나오고 있다.

우리 경제를 그런 쪽으로 가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고 운영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지금 강조점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는 쪽에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4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한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지만, 경계를 팔 필요는 있다"고 말한 바 있어 이 총재와 최 부총리가 디플레이션을 두고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charge@yna.co.kr